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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695817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3-11-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7
제1장 _11
제2장 _19
제3장 _30
제4장 _43
제5장 _57
제6장 _72
제7장 _87
제8장 _105
에필로그 _121
해설 | 실종자의 알리바이에서 텍스트의 알리바이로 _127
알랭 로브그리예 연보 _135
리뷰
책속에서
진이 말한다. “생각을 하고 있군. 뭔가를 숨기고 있어.” “맞아요.” 내가 말한다. “그게 뭐지?” “일하곤 상관없습니다.”
그러자 진이 선글라스를 벗는데, 그 창백한 빛깔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그토록 바라던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온다. 또한 계급적인 반말을 그만두고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제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해봐요.”
나는 말한다. “성 대결은 역사의 동인動因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아파하지 않아요. 그 정도는 아셔야지. 심지어 이곳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만의 꿈과 더불어 다른 세상에서 자고 있는 거예요……” 억양이 낮게 휘어지면서 목소리의 음색이 한층 어두워지는 가운데, 더욱 부드럽고 그윽한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그가 죽어 있으면 나는 종종 그 곁에서 잠을 자요. 우린 함께 천국으로 떠나지요.”
텅 빈 느낌, 주체하기 힘든 불안감이 다시금 내 정신을 엄습한다. 성의를 보여 자리를 지켜도 아무 소용 없다. 내 몸과 이성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 귀신 들린 방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정보가 이처럼 철저하게 차단되는 상황이, 나는 어쨌든 잠정적인 조치이길 바랐다. 아마도 테스트를 위한 첫 단계 과정일 테니 일단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보물찾기 게임은 그렇게 나의 공상적인 정신 속에서 신비의 입문 여행과도 같은 무엇으로 변해갔다.
아이가 인도하는 맹인이라는, 고전적 인물로의 변신은 분명 사람들의 동정심을 일깨우다가, 결과적으로 그들의 경계심을 잠재우는 방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