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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6456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어떤 진심 … 007
완전한 사과 … 039
애도의 방식 … 073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 103
미워하는 일 … 139
미도 … 173
밤은 내가 가질게 … 211
해설 | 정여울(작가, 문학평론가) 당신의 마지막 안전지대는 어디입니까—트라우마 이후, 상처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문학의 힘 … 253
작가의 말 … 27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떤 진심은 진심이라서 한심했다. 어떤 진심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속 복숭아처럼 쇠 냄새를 풍기며 삭았다. 어떤 진심은 추해졌고 어떤 진심은 다만 견뎌내는 삶으로 전락했다.
_「어떤 진심」
나는 여자를 떠올린다. 사과하러 간 내가 자꾸 벨을 누르자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했던 여자. 여자는 십일층에 살았고 내 사과가 그녀를 또 한번 죽일 뻔했다.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았던 건 여자가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토리를 잃었고 다리를 잃었고 아기를 잃었다. 언젠가 오빠가 출소해 여자를 찾아간다면, 여자의 집에 찾아가 문을 따고 들어선다면 여자는 벌떡 일어나 도망칠 수도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수도 없다.
나는 오빠가 감옥에서 죽었으면 좋겠어.
어떤 진심은 아무리 기를 쓰고 틀어막아도 새어나가고 만다.
_「완전한 사과」
최근까지 선생님이었다면서 정말 모르세요? 이럴 땐 최대한 평범하게,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있어야 한다고요. (……)
그렇게 버티면 결국 다 지나간다고요. 처음에 동주한테 관심 가진 이유가 뭐였든 애들은 금방 잊어버리니까, 눈에 띄는 다른 아이라면 얼마든지 또 있을 테니까.
다음 표적으로 옮겨갈 때까지 기다리라고요?
동주 엄마가 한숨을 내쉰다. 아주 낮고 느리고 끈질긴, 듣는 사람의 폐가 다 납작해질 것 같은 한숨이다. 저 집요한 숨이 두 번만 더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네, 알겠어요, 그럴게요, 답하게 될 것만 같다.
그게 뭐가 나빠요?
동주 엄마가 묻는다.
내 아일 지키려고 잠깐 비겁해지는 게, 그게 뭐가 나쁘죠?
_「완전한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