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8375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4-02-29
책 소개
목차
거짓말 연습 007
폴링 인 폴 035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 짓네 067
감자의 실종 099
자전거 도둑 129
밤의 수족관 165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 199
꽃 피는 밤이 오면 233
유령이 출몰할 때 267
초판 해설 | 서영채
신진기예 백수린의 작가적 가능성 297
인터뷰 | 서영채×백수린
눈부신 처음으로부터―『폴링 인 폴』 재간에 부쳐 327
초판 작가의 말 355
개정판 작가의 말 35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디서 왔니, 왜 왔니, 무슨 일을 하니? 이곳에 온 이래로 내게 돌아오는 질문은 늘 비슷한 것들뿐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이국의 언어로 할 수 있는 말이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의 부스러기들이 언제나 내 안을 둥둥, 떠다녔다. 그것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지칠 때까지 걷다가 멈춘 채 카페나 레스토랑 안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거짓말 연습」)
나는 말을 마쳤다. 오랜만에 내 가슴에서 빠져나간 말들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나는 천천히 관찰했다. 내 말이 가닿았는지 부인은 다 알아들었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알아들었을 리가 결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니,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케이크는 달고, 부드러웠다. (「거짓말 연습」)
성당은 촛불이 일렁이며 만들어내는 빛의 그림자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형형한 빛의 조각들이 그려놓은 무늬들로 아름다울 뿐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오르간 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울림이 높은 대리석 천장을 공명시켰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그 곡조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흘러갔다. 물줄기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화음. 그 장엄하고 우아한 화음을 듣다보니 이 도시에 온 이후 처음으로, 르블랑 부인을 찾아가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푸르비에르는 참 아름답군요. (「거짓말 연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