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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699297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3-06-16
책 소개
목차
1부 2016년 7월, 아이디 여름 _009
2부 김주희 _113
3부 강노을 _243
4부 1994년 7월 24일 _295
5부 해피 엔딩 _33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일이 벌어지기 직전, 시계를 보았었다. 카시오 전자 손목시계. 청회색 액정에서 까맣게 깜빡이던 작은 숫자들. 훗날 그는 그 시간을 초 단위까지 기억하게 될 것인데, 최면 상태에서 본 그 숫자들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만은 칼에 찔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누군지도 모르는 자에게.
골목 저 끝에서 한 남자가 휘청휘청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그 흔들림이 먼저 감지됐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에서 뭔가를 보았다. 분명히 뭔가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인 뭔가를. 남자가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달려내려오기 시작했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이가 멈칫했고, 이만은 벽 쪽으로 달라붙었다.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주희는 앞으로도 모르게 되겠지만, 그때 안찬기가 테이블 위에 물방울로 쓰고 있던 것은 물음표였다. 끝없는 물음표. 주희는 앞으로도 모르게 되겠지만 그 물음표는 주열의 사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만의 사건에 관한 것도 아니라, 주희에 관한 것이었다. 안찬기가 주희에게 느끼는 인상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았다.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 그런데 그 여자의 예쁜 얼굴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윤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여파인지 지나치게 무표정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제 경찰서에서 만났을 때와 다른 얼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경찰서에서 그토록 연약했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고작 하룻밤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