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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54756402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0-12-18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민영환의 유서 | 제국의 치욕, 을사늑약의 현장 | 한 통의 전화와 역적 박제순의 서명 | 조병세, 최익현 그리고 민영환의 항거
1장. 민영환의 특명전권공사 임명과 모스크바 도착 과정
비밀 사절단 구성과 민영환의 고뇌 | 출항의 닻을 올리고 | 아시아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 | 북미 도시의 화려함과 대서양 항해 | 광활한 유럽, 섬에서 대륙으로 | 모스크바 하늘에 올린 조선의 국기
2장. 모스크바대관식과 뻬쩨르부르크 답사
조선사절단과 황제의 첫 만남 | 청국 외교관 이홍장의 실언 | 모스크바대관식 그리고 민영환 -윤치호의 갈등 | 끄레믈린의 화려한 야경 | 볼쇼이 극장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 | 귀족원 무도회와 러시아군 관병식 | 유럽의 창문, 뻬쩨르부르크 | 여름 궁전 예까떼리나 | 뻬쩨르부르크 일상 체험 | 다시 만난 황제 | 마침내 체결한 비밀협정 | 김도일의 일탈과 윤치호의 파리행
3장. 명례궁 약정과 한러비밀협정
조선의 5개 조항 제안서 | 러시아의 5개 조항 답변서 | 조선과 러시아의 명례궁 약정 | 재무대신 비테·외무대신 로바노프와의 비밀협상 | 주한 일본공사 가토 마쓰오의 한러비밀협정 파악 | 니꼴라이 2세의 공식 회답과 한러비밀협정의 대가
4장. 민영환의 시베리아 노선
험난한 시베리아 노선 | 귀향의 시작과 이별의 아쉬움 | 니쥐니노브고로트 박람회와 볼가강 | 시베리아 횡단철도: 사마라, 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끄라스노야르스크 |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마차 여행 | 시베리아와 제까브리스트 | 화륜선과 마차: 바이칼호, 치타, 네르친스크 | 화륜선 베스닉: 쉴까, 흑룡강, 블라고베쉔스크 | 이역에서 만난 조선 이주민들 | 화륜선 바론 꼬르프: 탐험가의 도시 하바롭스크 | 기차: 달리녜례쳰스크, 블라디보스톡 | 군함 그레먀쉬: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천으로 | 서울 입성과 고종 알현
5장. 윤치호의 파리 유학과 남방 노선
파리, 프랑스어 수업, 자유와 고독 사이 | 토마스 쿡 여행단과 파리 풍경들 |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 대령 우리우, 외교관 쁠란손, 니꼴라이 2세 | 윤치호의 정신적 방황과 오페라 <파우스트> | 파리에서의 마지막 생활과 마르세유행 | 지중해, 포트사이드, 지부티, 콜롬보 | 싱가포르, 사이공, 홍콩 | 상하이, 동화양행 그리고 김옥균 | 부인과의 재회, 쓸쓸한 귀국 | 제물포 도착, 고종 알현, 혼돈의 서울
에필로그
민영환의 자결 | 하야시가 바라본 민영환의 자결 원인 | 민영환의 장례식
후기
조선사절단에 관한 연구 동향 및 자료 해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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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이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민영환은 정부 대신 중 아무도 망국의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자 아직 죽지 못한 신하 최익현이 상소한 다음 날 11월 30일 제일 먼저 전동(典洞)에서 자신의 목을 스스로 찔렀다.
위협과 공포로 뒤섞인 을사늑약의 현장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다. 그 갈림길 중 죽음을 선택한 민영환은 불과 10년 전 모스크바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세계 일주에 도전할 정도로 왕성한 삶의 의욕을 갖고 있었다. 아관파천 시기 그는 고종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조선과 러시아의 비밀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 러시아 특명전권공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모스크바로 떠났는데 그에겐 대한제국의 미래가 달려 있었다.
1896년 3월 31일(러시아력 3.19.), 베베르는 러시아 정부와 그레먀쉬(Гремящий)호의 함장에게 전문(電文)을 발송했다.“내일 특명전권공사(Черезычайный Посланник и Полномочный Министр) 민영환, 고문(Советник Посольства) 윤치호, 서기, 통역관, 하인 등으로 구성된 조선의 사절단이 서울을 출발할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사절단을 러시아까지 안내하기 위해서 주한 러시아 외교관 쉬떼인이 파견될 것입니다. 사절단이 그레먀쉬호를 타고 상하이까지 갈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베베르는 4월 1일(러시아력 3.20.) 조선의 사절단이 특명전권공사 민영환, 고문 윤치호, 서기와 통역관으로 구성되었다고 본국 정부에 재차 보고하며, 사절단이 미국을 거쳐 5월 8일에 모스크바에 도착할 예정이니 국경에서의 협력 및 모스크바에 숙소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4월 1일 오전 8시, 특명전권공사 민영환은 수원 윤치호, 참서관 김득련과 김도일, 수종(隨從) 손희영과 함께 고종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민영환은 친서(親書), 국서(國書), 위임장(委任狀), 훈유(訓諭) 각 1통을 받았다. 민영환을 포함한 조선사절단이 돈의문을 나서니 법부대신 이범진이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악수하고 헤어졌다. 마포에 이르니 외부와 탁지부에서 전송의 자리를 준비하고 기다렸는데 조선 양반들이 헤어질 때 부르는 이별 노래 <양관곡(陽關曲)〉을 다 함께 불렀다.
아침에 위성(渭城)에 내리는 비가 황진을 축축이 적시네.
지금 송별연을 베푸는 여사(旅舍)의 버들색은 한층 더 푸르네.
이제 멀리 서안(安西)으로 떠나는 그대여, 잔을 한 잔 더 들게.
여기서 서쪽 양관(陽關)을 나서면 잔을 주고받을 친구도 없을 테니.
김득련은 상하이의 저녁 풍경을 이채롭게 보았다. 전등과 가스등이 각 상점을 비추어 밤 시장이 분주해 보였다. 등과 초가 빛나고 황홀해서 대낮과 같았다. 곳곳에 있는 마루 위에는 화장한 여인들이 늘어서고 관과 현의 음악을 계속 연주하자 오가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다투어 놀았다. 달빛에 비친 연기가 자욱했는데 관악기와 노랫소리도 흥겨웠다.
4월 11일, 조선사절단은 오전 7시에 마차로 부두에 도착하여 작은 화륜선을 타고 우편함 ‘차이나 엠프레스(RMS The Empress of China)’호에 올랐다. 차이나 엠프레스호는 오전 11시에 나가사키로 출발하여 다음 날 오후 6시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윤치호는 차이나 엠프레스호가 대단히 화려한 배이며, 1등 선실의 시설이 휘황찬란하다고 기록
했다. 하지만 자신이 거처하는 2등칸의 선실은 고약한 냄새가 나고 어둡다고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