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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056708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지금은…… 화해하는 중입니다
- 교사라는 이름의 무게
-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 다시 돌아오는 길
- 아물지 않은 상처
- 아직 종례는 끝나지 않았다
-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정호는 움찔하여 지훈을 쳐다보았다. 지훈에게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건 처음이었다. 지훈이 웃겼다. 정호와 같은 처지인 주제에 남들과 똑같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녀석을 정신 차리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만에 하나, 지훈이 남들과 똑같이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었다. 자기와 똑같은 지훈이 남들처럼 살게 된다면, 버젓이 그들의 테두리에 들어가 보란 듯이 성공한다면…… 그러면 정호는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건 흥수만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가족이라면 그렇게 내버려두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형제라면 그 순간 뒷걸음질 치지 않았을 것이다. 흥수도 남순만큼 무서웠다. 남순이 떠날까봐 겁났고, 세상에 혼자 남겨질까봐 두려웠다.
남순이 떠나고 시간이 지나도 남순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남순의 부재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축구가 사라졌을 때, 엄마가 사라졌을 때, 그렇게 완전히 혼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을 때…… 그 모든 순간마다.
이제는 뻔뻔한 얼굴로 들이댈 수도 없다. 흥수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그 사건을 털고 일어서는 것, 그리고 흥수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 그것이 흥수가 원하는 것이라면…… 하지만 다른 길로 걸어가면서도, 저 멀리에서 흥수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볼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 있으니까. 멍한 얼굴로 학교와 집을 오가고, 교실 창 너머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던 때에 비하면 조금은 의미 있는 일상일 것이다.
다행이다. 남순은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