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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4558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권
작가의 말
몇 시나 되었을까
깊은 잠
거짓말 게임
적반하장
옛사랑
그의 진술 1
나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러니
이해할 수 없는 일
서러운 세월부정직한 시간절망의 신호
봉변
두 여자가 있는 풍경
모래의 심장
사랑의 원형, 혹은 사랑의 전설
그의 진술 2
일방통행
2권
숨바꼭질
사람이 그립다
잔인한 봄
이전투구
직접 화법
그 여자, 은묘
그 여자의 진술
바닥까지, 낮게
존재의 부정
유예된 세계
죽음의 방식
생의 한 며칠쯤
길 위에서
어떤 그림자에 대한 기억
미시령 이후
눈 깊은 밤, 나의 진술
수상한 입지(立地)
별사(別辭)
헤어진 후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변명>에 붙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이전의 모든 만남들을 소급해서 그들 사랑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제물로 삼았었다. 자신이 이성으로 만나고 대했던 어떤 여자도 은묘라는 존재 앞에서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다고 선언했었다. 그렇다면 그의 아내가 되었고 그의 아이를 낳은 나 윤태희는 그들 위대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우회한 운명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던가. 파경이 오고, 쓸쓸한 자기 비하의 날들이 이어졌다. 그 외로움으로부터 조금씩 치유되어간다고 믿었는데, 아아 헛되기도 해라. 다시 그들 앞에 들러리로 서게 된 이 초라한 배역이라니…….
은묘는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를 느끼게 해.
나는 여자의 긴장한 뒷모습을 보면서 그때 그의 자랑이 근거 없는 엉터리는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무엇보다 그 자랑이 털어놓고 싶어 몹시 근질거려온 눈치였다. 애당초 다른 여자의 남자였던 사람을 내 잠시 빼앗아 살았었나, 하는 혼란이 일 정도로, 여자에 대한 그의 자랑은 노골적이고 공개적이었다. 그 확고부동한 사랑 앞에 내가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마리, 그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마리에 대한 부정(父情)뿐이었다.
잔인한 말 같지만, 당신과 새삼 사무치게 절절한 연애의 감정을 나누는 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은묘와 잔잔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또한 불가능한 일일 거야.
……당신과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처럼 은묘와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대신할 수 없으니까. 결국은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왔군. 나로서는 도저히 취사선택이 안 되는 문제를 풀려고 드니 내 답답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