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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471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09-12-0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아내를 키우는 소년들
1. 내 날개를 구해줘
2. 그 집엔 문이 많다
3. 위험하지 않으면 즐겁지도 않지
4. 이겨야만 돌아갈 수 있어
5, 담배 피우는 여자
6. 누구의 상처가 더 큰가
7. 깜찍한 악마들
8. 초희 누나
9. 내겐 너무 무거운 의무
10. 가을엔 상처가 더 많다
11. 내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12 몹시 슬픈 얼굴을 한 적
13. 오, 그레이스!
14. 청회색 마당에 내려앉은 우울
15. 남자의 왕국
16. 그보다 더 큰 아이들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17. 알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18. 우리들의 하얀 거짓말
19. 호수 도시로 떠나다
20. 이별
21. 천사는 없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겼니? 졌니? 어느 쪽이야?”
그때서야 나는 사태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이겼기 때문에 잘못한 게 아닌 것이다. 적어도 이 집에선. 당연히 지금 이 순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답이 나왔다. 나는 거만한 표정으로 뻐기듯이 말했다.
“이겼지. 당연히.”
엄마의 얼굴이 빛무리를 머금은 듯 환해졌다. 엄마는 암사자처럼 덤벼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아이구, 내 새끼. 잘했다. 잘했어!”
“말도 안 돼. 약한 새끼일수록 보호해줘야 하잖아요?”
“동물원 우리에 갇힌 호랑이들도 제 부모나 조부모가 산에서 살던 시절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더라. 어차피 허약한 새끼는 사냥할 줄 아는 어른으로 크질 못하고 다른 짐승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 남에게 먹히는 걸 보느니 자기가 먹어주는 거야. 즉 엄마 뱃속으로 도로 집어넣어주는 거지.”
“에이, 말도 안 돼!”
“어렵지? 그래, 이해하지 마라.”
그러나 모처럼 내 등을 다독거려주는 아버지 손의 온기도 내 마음을 덥혀주진 못했다. 곧 아기 비둘기라는 새 식구들이 생길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을 때야 비로소 기분이 조금 나아졌던 것 같다.
결국 위로받기를 포기한 나는 엄마에게서 멀리 떨어져 화단의 가장 큰 돌 위에 주저앉았다. 갑자기 추워졌다. 입안에서 이빨들이 저희끼리 딱딱, 부딪혔다.
비둘기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까 봐 아버지와 어미 새들 몰래 비둘기 알들을 내다버리곤 하는 엄마도 새 부부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광경만큼은 최고로 쳐주었다. 엄마는 아버지 쪽을 힐긋 보며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만큼 크게 말했다.
“어쩜, 새가 사람보다 낫네. 암컷이 혼자 삼 주 동안 알 낳고 품고 하며 고생하는 걸 못 봐 젖을 같이 먹여주다니. 아무래도 하느님이 사람들 보고 좀 배우라고 저렇게 별나게 만들어놓은 것 같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