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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7077191
· 쪽수 : 504쪽
책 소개
목차
완벽한 신사 / 브렛 배틀스
약삭빠른 갈색 여우 / 로버트 S. 레빈슨
돼지 파티 / 더그 알린
장밋빛 인생 / 도미니크 메나르
녹 / N.J. 에이어스
애국적 행위 / 크리스틴 캐스린 러시
피부와 뼈 / 데이비드 에드걸리 게이츠
오 양의 정반대 / 마틴 리먼
메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 빌 프론지니
조너스와 요부 / 찰스 아데이
길거리의 개들 / 노먼 패트리지
색 오 워 / 존 하비
수록 작가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부탁이니 원하는 건 다 가지고 가버려요.”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스스로 곱씹어온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질문. 침입자는 경멸의 소리를 냈다. “당신이 소설에다 쓰는 대화는 그보다 한 수 위잖아, 거스.”
“내 소설을 읽었소?”
“맬로 부인이 늘 하는 얘기가 뭐야? ‘이런 못된 녀석 같으니, 난 너의 다정하신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야.’ 이 대사는 볼 때마다 아주 웃겨 죽겠다니까. ‘네 어미는 죽어서 지옥에 갔지, 그년한텐 지옥이 딱이야. 네 아빠라고 행세하는 염병할 구더기 새끼들과 함께 팍팍 썩겠지.’”
“그런 문장은 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맬로 부인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
“아니지, 맬로 부인 대사가 아니니까. 이 대사는 지금 막 발표된 신작 소설 「적시의 밀고자」에 나와. 기억이 안 나는 건 네가 쓴 얘기가 아니라서 그렇겠지. 저자 이름으로 네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말이야.” / (「약삭빠른 갈색 여우」, 『밤과 낮 사이』 2권, 74-75쪽)
나는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그 애의 목울대에 얹었습니다. “네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말했지요. “네가 뭔가 노래를 부르면 아직 그 목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다. 이 손가락에 진동이 느껴질 거야. 너 목이 속속들이 다 차갑구나. 그것도 이유일 거다. 하지만 차차로 더워지겠지.”
“이러지 마요. 날 가만 놔두라고요.” 그 애가 다시 말했어요. “날 내버려둬요, 숨을 못 쉬겠잖아요.” 그 애가 비명을 지르려면 지를 수도 있었겠지요. 옆집에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층계참 건너편 집에 그 두 사내놈들 말입니다. 그 애는 속삭이는 소리로만 말했어요. 그건 마치 우리 둘 사이에 비밀이 탄생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노래하렴.” 내가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뭔가 노래를 해봐. 네가 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프 노래를 해보려무나. 〈장밋빛 인생〉을. 노래해.”
그 애가 무언가 웅얼거리자 그 애의 목울대가 내 손 아래에서 진동했습니다. 더욱 낮은 소리로 웅얼거려서, 귀로는 들을 수가 없었지요. 우리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애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어요. 그 애는 더 이상 나를 밀쳐내려고 하지 않았지요. 두 손을 무릎에 둔 채, 조용히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의 것 같지 않았던 그 미소는 그 애의 얼굴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애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 (「장밋빛 인생」, 『밤과 낮 사이』 2권, 141-142쪽)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을 때쯤에 대런 피처는 의식을 잃은 후였고, 구조대원들과 응급실 의사들이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그날 아침 6시를 조금 지난 시각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여러 바늘 꿰매고 붕대를 친친 감은 엠마 로리는 하룻밤 병원에 있다가 풀려나왔다. 그녀의 아이들은 사회봉사 긴급구조반에서 몽땅 싸서 데려갔으니 단기 보육 대상으로 보살핌을 받게 될 터였다.
톰 화이트모어는 강둑으로 차를 몰아가서 강 건너편 인도교에 섰다. 거무스름한, 유리 같은 표면의 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머리를 날개 밑에 넣고 잠든 백조의 희끄무레한 형체들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하늘은 맑았고 드문드문 별이 돋아났다.
마침내 집에 왔을 때는 새벽이 다 된 때였다. 집 안 난방은 방금 가동되어 들어오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쌍둥이의 방에 이르자, 그런데도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쌍둥이의 침대들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담요는 깔끔하게 젖혀 접어놓았다. 혹시 모르니까 금방 눕힐 수 있게. 그는 오랫동안 거기 서 있었다. 서서히 밝아온 빛이 주위를 감싸도록 그대로 서 있었다. 또 하루의 시작이었다. / (「색 오 워」 『밤과 낮 사이』 2권, 497-4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