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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7665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섬, 섬옥수(纖獄囚) 1
섬, 섬옥수(纖獄囚) 2
섬, 섬옥수(纖獄囚) 3
섬, 섬옥수(纖獄囚) 4
섬, 섬옥수(纖獄囚) 5
섬, 섬옥수(纖獄囚) 6
섬, 섬옥수(纖獄囚) 7
해설: 신체적 사유와 생태적 합리성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관음전에 켜놓은 신묘장구대다라니경 선율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서 회오리바람처럼 휘돌더니 석주를 감고 범종을 두드리다 갯바위를 어루만지고 다시 경내로 돌아온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유장하게 흐르는 여승의 다라니경은 급기야 자애의 마음을 사정없이 휘젓는다. 처음 들었지만 가슴을 파고들어 저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생의 앙금들을 끄집어냈다. 삭였다고 생각했던 앙금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눈을 지그시 감자 다라니경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애간장을 녹인다. 면벽하고 좌선하며 숱한 밤을 참선으로 지새웠을 여승의 고뇌가 폐부를 찌른다. 소리 죽인 한숨과 죽비와 눈물과 희열로 얼룩진 비장함. 다라니경의 담금질을 견디지 못한 자애의 감은 눈에서 소리 없이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섬, 섬옥수 1」, 23~24쪽)
입맛을 다시다 말고 인규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고기는 사람이 낚는 게 아니라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나 노련한 어부도 억지로 고기를 잡을 순 없다. 그날의 조황은 바람, 수온, 조류, 물때는 기본이고 겸손한 마음이 더해져야 바다가 선물로 대물 한 수 걸어준다. 철들어 땅끝섬에 들어와 사시장철 고기를 낚
으며 살아온 지난 십여 년이야말로 ‘자연을 거스를 순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시간이었다.(「섬, 섬옥수 2」, 58쪽)
반나절이 흘러 떠오른 정희의 시신은 천만다행하게도 온전했다. 갯바위에 부딪혀 찢기거나 성난 파도 등쌀에 물멍이 들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게 보통이었다. 그녀가 사고를 당한 장소는 아기업개당 절벽 바로 아래 아늑하니 들어앉은 좁은 만(灣)이라 특히 물살이 세기로 유명했다. 들물일 때는 한길 넘게 여를 품어 자리돔이며 벵에돔이 많이 들어와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고 물질에 능숙한 잠녀들이 곧잘 작업하는 곳이다. 절벽에 뚫린 해식동굴을 불턱 삼아 잠녀들의 숨비소리가 갈매기 울음에 섞여 어쩐지 구슬프게 들리던 자리였다. (「섬, 섬옥수 3」, 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