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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57078587
· 쪽수 : 536쪽
책 소개
목차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작가 노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더 열심히, 더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보였다! 아빠가 이야기한,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일부가 언제나 살고 있는 그 다른 세상이. 그 세상은 조용하고 푸르르고 지상인 동시에 천상인 곳이었다. 거기에는 폭발하는 로켓탄이나 폭탄도, 울고 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도, 슬픔도, 눈물도, 애도도 없었다. 제각기 꿈결처럼 화려한 얇고 가벼운 날개를 팔랑거리는 나비들만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내 눈앞으로 노인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던 그 크메르 루주 병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녀가 노인에게 총을 쏘았을 때, 땅바닥에 쓰러지는 노인을 지켜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던 표정에는 아무 이름도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표정은 분노도, 증오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것은 증오도 아무것도 없는 표정이었고 나는 그녀가 아이 같지도 어른 같지도 않다는, 유례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현실적은 아닌 - 악몽의 괴물이 비현실적은 아닌 것과 같은 식으로 - 그런 어떤 피조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사람들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느라 바쁜 동안 나는 몰래 다시 명상채로 돌아갔다. 그리고 안에서 벽화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우리가 남겨두고 온 집의 발코니와 벽들에 새겨진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그 이야기들이 거기에 붙박여 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벽화들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이야기들이 여기까지 우리를 쫓아왔다는, 이송되는 우리를 따라 함께 움직이며 갖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