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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7513026
· 쪽수 : 336쪽
책 소개
책속에서
"아가씨."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듯한 막힌 소리였다. 그 소리가 얼어붙었던 채러티의 정신을 깨웠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숨도 쉬기 전에 그 남자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튀어 오른 그의 몸이 그녀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목에서 칼날을 느꼈다. 이제 정녕 죽으리라. 하지만 이상하게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눈을 감고 바닥에 꼼짝 않고 누워 있던 채러티는 그 칼이 그녀의 육체에서 영혼을 갈라놓아 저 천국으로 보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누운 채 그녀는 죽음 후의 영원의 시간을 기다렸지만, 칼을 쥔 그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채러티는 살며시 눈을 떴다. 공격을 가한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리맡에 웅크리고 누워서 표정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에서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때문에 속이 메슥거리고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는 칼을 목에서 치웠지만 여전히 단단히 쥐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게 아니오?"
그는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기절한 게 아니었소?"
채러티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입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남자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내가 손을 떼면 소리를 지를 거요?"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 집에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목은 말라 있었고, 공포로 인해 혀는 굳어버렸다. 원한다 해도 그녀는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뗐지만 여전히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채러티는 자신의 부어오른 입술을 손으로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