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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7515402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08-10-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21장
22장
23장
24장
책속에서
근시라 그런 건지 아닌지 매틀린은 시야 한쪽에서 작은 움직임을 감지했다. 매틀린이 어서 진술을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기술자였다. 그의 표정은 궁금하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그런 것이었다. 매틀린은 살아오면서 그런 표정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은 더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표정을 본 게 주로 거울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이다.
"그가 살아 있나요?" 매틀린은 기술자에게 물었다. "아, 예, 물론이죠." 매틀린은 다시 뻣뻣한 목 뒤를 문질렀다. 인정해야 하나 보다. 그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싫었다. "몇 년 동안 그 이야길 한 적이 없어요, 아시죠?" 그는 슬쩍 카메라를 쳐다보고 나서 반갑지 않은 낡은 물건들이 가득 찬 상자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자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날 미쳤다고 했죠." 매틀린은 상자를 손으로 긁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매틀린이 다시 위를 슬쩍 올려다봤다. 기술자는 이미 암실 밖으로 슬그머니 나간 후였다. 잠시 후 문 위에 달린 붉은 전구가 깜박이면서 작은 방 안을 오싹한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매틀린은 작은 인터컴에서 흘러나오는 기술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준비하세요. 셋, 둘, 하나 - 테이프 돌아갑니다."
매틀린은 심호흡을 하고 나서 힘 있고 안정된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떨어서는 안 된다. 그는 녹음을 하는 동안 힘없는 늙은이 같은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이 녹음은 중요했다. 그는 잠깐 눈을 감고 과거의 형상들이 머릿속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목소리만큼이나 밝고 또렷했다.
"모든 것은 1944년에 시작되었소. 나는 스코틀랜드 해안에 정박한 연합군 잠수함에 타고 있던 종군 사진기자였지. 그건 기밀 임무였고, 난 겨우 스물 한 살이었……"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