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7518090
· 쪽수 : 317쪽
· 출판일 : 2009-08-16
책 소개
목차
1권
등장인물
Chapter1
Chapter2
Chapter3
2권
등장인물
Chapter1
Chapter2
Chapter3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확실히 이건 무언가의 퐁이었다. 그러나 퐁드보는 아니었다. 동물 향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다.
갑자기 코타는 심한 구역질을 느꼈다. 콧구멍에 닿는 것은 식욕을 돋우는 풍성한 향기였다.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뇌수를 자극하고 위를 엉망진창으로 휘저어댔다. 향기가 아니었다. 거기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것이 떠돌고 있었다.
코타는 썩은 내에서 얼굴을 외면하듯 냉장실에서 머리를 빼냈다. 위액이 역류하고 머리가 깨질 듯한 격통이 밀어닥쳤다. 비틀거리면서 주방 안의 싱크대로 달려든 그는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구토했다. 쓴맛이 목구멍을 찔렀고, 눈물이 멎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아오야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 뒤로 쏟아졌다. 나오는 것은 미량의 토사물과 위액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코타는 떨리는 손으로 수도꼭지에 달라붙더니 후려치듯 레버를 움직였다. 콸콸 쏟아지는 물에 머리를 갖다 댔다.
“시, 시바야마 씨, 왜, 왜 그러세요…….”
걱정하는 쥰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코타는 토하면서도 오른손을 움직여 냉장실 쪽을 향해 검지를 세워 흔들었다. 무언가가 있다, 조사해달라는 신호를 보낼 생각이었다.
등에 와 닿는 아오야마와 쥰이치의 기척이 문득 어딘가로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럭저럭 신호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아오야마 씨,”
쥰이치의 목소리가 났다.
“이 병에도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래? ……무슨 뜻이지?”
“잠깐 기다려보세요.”
물을 한바탕 뒤집어쓰고 나자 고타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미쳐 날뛰던 위는 텅 비었지만, 아직도 끈질기게 안에 든 것을 짜내려 몸을 비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위액조차 나오지 않았다.
쥰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p, a, t, e에 d, e, 그리고 p, e, r, s, o, n, n, e네요. 앞의 건 압니다. ‘파테 드(pate de)’는 페이스트를 말합니다. 즉, 이건 무언가의 페이스트라는 말이네요. 다음은…… 페르소네? 찾아볼게요.”
코타는 비칠비칠 몸을 일으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입 안을 헹구었다. 목구멍에 아릿한 것이 걸려 연방 기침이 터져 나왔다. 그 증상이 가실 때까지 몇 번이고 물을 입 안에 머금었다가 토해냈다.
이윽고 진정이 되자 옷소매로 입 주위와 눈물을 난폭하게 닦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흠뻑 젖은 머리 그대로 돌아보니, 거기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전을 손에 든 쥰이치의 모습이 있었다. 어째선지 그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지고,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저, 저…… 이거……,”
쥰이치의 눈이 아오야마를 향했다.
“페, 페르, 페르손(personne)이라고 읽는데요, 뜻이……,”
쥰이치는 다시 사전으로 얼굴을 돌렸고, 뒤이어 자신이 냉장실에서 꺼내 바닥에 놓은 병으로 가만히 눈길을 돌렸다. - 1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