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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8073734
· 쪽수 : 388쪽
책 소개
목차
1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다니
2 책이 망친 이 사나이의 우유부단함을 보라
3 이동도서관과의 우울한 만남
4 주인공은 대체 언제까지 매를 맞을 것인가
5 “내 침대에 닭이 있어!”
6 책이 없는 도서관과 친구 없는 주인공
7 첫날도 역시 망쳤다
8 전직 사서는 죽지 않는다 다만 청소부가 될 뿐이다
9 지금은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도시에서 진취성을 발휘해야 할 때
10 주인공은 점점 홀대에 익숙해지고 있다
11 끄나풀과 커피 한잔의 중요성은 하나님도 인정하실 터
12 주인공만 빼고 다 안다 그가 이 동네에 말뚝을 박으리라는 걸
13 뭐지, 몸에 불이 붙은 듯한 이 느낌은!
14 해고를 원했지만 계약 연장
15 주인공의 인상적인 첫 번째 술주정
16 14,641? 나쁘지는 않구먼
17 주인공을 친 사람은 용의자인가?
18 책을 찾았다고 착각하다니 유감이다
19 문학이, 정확히 말하면 해리 포터가 주인공을 구원했다
20 어디에 살든, 삶은 거기에 있다
리뷰
책속에서
이스라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게 이스라엘의 문제였다. 책이 이스라엘을 망쳤다. 책은 여름날 오후에 방치한 크림처럼, 버터와 섞어 마구 휘저은 달걀처럼 이스라엘의 사고를 흩트렸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책만 파고드는 아이였다. 4남매 중 막내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 읽기를 좋아한 아이, 어린 나이에 놀라운 속도로 비소설을 읽던 아이, 십대가 되기 전에 잭 케루악을 읽은 아이, 16세 무렵 프랑스와 러시아의 대문호 작품 대부분을 읽은 아이였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지적이지만 소심하고 성미가 급하고 예민한 사람, 생각과 고민이 많으며 어휘력이 풍부하지만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린다 웨이는 알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사서 직무 강좌를 들은 다음 단기계약직을 전전했던 사실을.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장 오래 일한 곳은 중심부에서 벗어난 에식스 써록의 레이크사이드 쇼핑센터 할인서점이라는 사실을. 잘나가는 사서라면 그런 직장에서는 잠깐이라도 일하지 않은 거라는 사실도. 이스라엘은 거기서 3년 하고도 2개월 5일 일했다. …… 지저분한 사무실에 앉아 게걸스레 과자를 먹고 콜라를 들이켜는 문화여가와 지역봉사 부서의 차장 린다 웨이는 이스라엘을 빤히 내려다보며 이 남자에게는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테드가 이스라엘을 도서관 뒤편으로 데려갔다. 검은색 쓰레기 봉지들이 발목까지 차 있었기에 둘은 철문까지 봉지를 걷어차며 걸었다. 문은 주먹으로 치고, 망치로 두드리고, 칼로 찌르고, 불로 그을린 흔적 때문에 지옥문처럼 보였다.
테드가 커다란 열쇠 꾸러미를 꺼내더니 녹슨 철문을 열었다.
“단테의 지옥 편 같네요.” 이스라엘이 농담을 건넸다.
“단타이?”
“단테는 작가예요. 13세기에 살았던.”
“아, 그렇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테드가 말했다. “카슨의 번역본이 최고지.”“예?”
“존 D. 싱클레어나 도로시 L. 세이어즈보다는 훨씬 낫다고.”
“『신곡』을 아세요?”
“그럼. 여러 가지 번역본을 읽었지. 이동도서관 운전수가 운전하지 않는 동안에 뭘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