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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205920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9-04-22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프롤로그
1부 소리는 고독하지 않다
1 소리의 탄생
2 낮과 밤, 황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3 소리의 시간, 듣기의 시간
4 소리학교
5 인터뷰: 달이 내려앉은 그곳에서
2부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1 곱사등이, 다와
2 동물의 소리를 알아듣는 소년
3 할머니의 춤
4 아빠의 울음
5 귀를 위하여
6 새의 하루
7 너의 뼈가 필요해
8 해부마스터
에필로그
저자 후기
감사의 말 / 주 /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인가? 소유와 물질을 과시하는 것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인가? 소유와 물질을 과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뜨거운 피인가? 큰소리로 지식을 파는 것인가? 그런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의 본질을 ‘소리’와 ‘냄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움직이고〔動〕,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聲〕를 내고, 소리를 내기 때문에 냄새〔?〕를 발산하고 그리고 타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소리와 냄새를 가지고 말이다.
3년 전, 티베트에서 기운이 없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더니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누구신가요? 하고 물었다. 그 떠오른 무엇은 대답을 하지 않고 빙빙 돌더니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가득한가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티베트. 그건 아마도 티베트일 거예요.
티베트로의 여행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시간이다.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불교사원에 들어가면 더욱 그러하다. 하늘에 점처럼 박힌 사원 안에서 나는 돌담 밑으로 가앉는다. 고개를 올려 구름을 본다. 그럼 기분이 말랑해진다. 밤에는 별과 달을 번갈아 마신다. 기분은 낮보다 더 좋아진다. 그러다가 라면처럼 쪼글한 이마의 주름을 가진, 하지만 사슴의 미소를 지닌 라마승 할아버지가 붉은 치마를 살랑이며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면 설렌다. 가만히 앉은 그에게서 어떤 소리와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나의 팔을 붙잡고 사원의 더욱 깊은 곳으로 데려가면 더욱 황홀할 일이다. 사원을 나와 초원이나 마을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목적 없이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 종일.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