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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8209034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24-12-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격치에서 과학으로
1. 동아시아에 ‘과학’은 존재했을까
2. ‘과학’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3. 중국은 과학의 원조일까
4. 서양 태엽 시계와 중국의 시간 경험
5. 지도 위의 축지법
2부 대중과학의 탄생
6. 청말 과학 영재학교, 격치서원
7. 중국 근대 조기유학 프로젝트
8. 신비한 잡지 서프라이즈
9. 멋진 신세계, 유스토피아
10. 최면술, 마법과 과학 사이
3부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11. 두 개의 진리
12. 과학 열차에 올라타라!
13. 과학자의 사랑법
14. 한의와 양의 논쟁
4부 이데올로기와 과학
15. 광장과 밀실
16. 베이징 원인과 노동하는 인간
17. 열린사회와 그 적들
18. 정치지도자와 과학 소양
19. 과학과 교육 개혁
20. 중국은 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적을까
5부 중국 특색의 과학기술혁명
21. 중국의 맨해튼 프로젝트
22.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추억
23. IT 기업과 늑대 전사
24. 우주과학이 된 하늘 신화
25. 언더 더 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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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카쿠(かがく)로 발음되는 일본어 ‘科學’은,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근대어이자 번역어이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과학’이란 단어가 우리말이거나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잘못 안 것이다. 근대 이전에 동아시아에 ‘과학’에 해당하는 활동이 존재했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할 문제이지만, ‘과학’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한국과 중국에서는 외래어이자 번역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science와 일본의 かがく, 중국의 kēxue, 한국의 ‘과학’은 모두 같은 것일까? 비록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科學’이라는 용어는 science를 번역한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도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을 추적하여 의미의 변화 및 수용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현대 중국의 대중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1. 동아시아에 ‘과학’은 존재했을까>에서
중국인들이 근대적 유토피아 관념에 주목하게 된 것은 계속되는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좌절감 및 수치심과 관련이 크다. 현실에서 느낀 좌절감과 나라와 민족의 암울한 미래 앞에서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위안이었다. 여기에 더해 서양 과학 사상과 진화론의 전래는 순환론적이고 정체된 관념에 갇혀 있던 중국인들로 하여금 직선적이고 역동적인 시간관을 갖게 했으며,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특히 전통 가치관이 무기력하게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양 과학은 나라와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미래의 ‘신중국’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것이었다.
― <멋진 신세계, 유스토피아>에서
서양의 해부학이 중국에 소개되었을 때, 가장 주목받은 것은 무엇보다 뇌가 인간의 지각과 사고를 담당한다는 생각이었다. 일찍이 마테오 리치도 뇌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뇌의 구조와 기능보다 영혼과 영혼의 주인인 절대자에 대한 설명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홉슨은 달랐다. 그는 사유 기관으로서의 ‘심(心)’과 생명의 중심으로서의 ‘심장’을 하나로 보는 중국적 관념을 부정하고 뇌가 인체를 제어하고 지각과 사유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과 뇌를 별개로 보게 되면 인간은 육체와 정신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한의학의 토대는 물론, ‘심’을 인간 본성의 근원으로 여기는 성리학(性理學) 전체가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 <한의와 양의 논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