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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067411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4-03-08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5
가장 단순한 것을 배우라 ․ 12
당신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았는가? ․ 16
이토록 미친, 슬픈, 가엾은 사랑 ․ 22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다린다 ․ 26
편도나무여, 내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 34
짐승은 침묵과 도약으로 채워져 있다 ․ 42
은유는 시의 숨결이다 ․ 48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산책 ․ 52
우리는 자기 안에 국경을 갖고 산다 ․ 56
일요일에는 게으름을 피우며 느리게 살자 ․ 60
네가 누구냐를 아느냐보다 누가 너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 ․ 64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이다 ․ 68
바다는 처음의 자유다 ․ 74
나는 왜 당신의 하얀 팔을 사랑했던가? ․ 80
고양이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 84
진짜 위험한 것은 산다는 것 ․ 88
아버지가 마시는 술의 반은 눈물이다 ․ 94
바다는 영원히 출렁인다 ․ 100
얼굴은 간신히 도피한 사람이다 ․ 106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것이다 ․ 110
내가 산골로 가는 것은 ․ 116
사랑은 여름 내내 잡초처럼 웃자란다 ․ 122
예술에 대한 탐색의 열정 ․ 128
시간은 장소마다 다르게 흐른다 ․ 132
밥벌이를 직업으로 삼지 마라 ․ 138
맥주 첫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 ․ 142
피아노를 치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 ․ 148
우리가 키스를 한다는 것은 ․ 152
기후 위기는 만인의 위기다 ․ 156
우연이라는 날개를 달고 붕붕거리는 인생아! ․ 162
혁명을 하려거든 웃고 즐기며 하라 ․ 166
댄디는 꺼져가는 별처럼 사라졌다 ․ 170
우리 모두는 탐욕스런 사냥꾼 ․ 174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 178
전쟁은 인류가 흩뿌린 피를 먹고 자란다 ․ 182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 186
피로는 존재의 과다함에서 나타난다 ․ 192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몽타주적 글쓰기 ․ 198
우리는 출퇴근하는 인류다 ․ 204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 210
돌은 왜 책상 위에서 흐느끼는가? ․ 216
우리는 강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 222
고향은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준다 ․ 226
독서는 탐식이자 무용한 기쁨의 도취다 ․ 232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 238
내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전부다 ․ 244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250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면 ․ 256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 260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 ․ 266
그 많던 문학소녀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 272
실패란 성공의 유예일 뿐이다 ․ 278
사물은 자아의 윤곽을 바꾼다 ․ 284
다방의 오후 2시, 혹은 카페에서 보낸 시간들 ․ 288
세계는 분해와 분해에 저항하는 세계로 나뉘어 있다 ․ 294
사람은 두 번 죽는다 ․ 298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다 ․ 302
자연은 숨은 조화 속에 있다 ․ 306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 310
예술가란 아름다움에 갇힌 종신수 ․ 316
휴식은 행복의 중심이다 ․ 322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을 허하라 ․ 328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332
군중은 강력한 전염성을 갖는다 ․ 336
인류 역사는 폭력의 역사다 ․ 340
책은 부적이자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다 ․ 34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랑의 일 중 태반은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림에 대한 무한 투자. 기다림은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가지 않고 한자리에 묶어놓는다. 어린 시절, 시장에 따라간 내게 어머니는 이렇게 명령한다. 어디 가지 마!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그때 기다림이 내 존재를 삼켜버리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찍이 기다림이 현전에 대한 무자비한 구속이라는 사실을, 기다림이 만드는 욕망함의 패임으로 내 현전이 일그러질 것임을 벼락 같이 깨달았던 것이다. 이 하염없는 존재 퍼주기는 결국 자기 고갈에 이른다. 더는 기다릴 힘이 없을 때 그들은 망부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에게는 더이상 기다릴 힘이 없다. 만약 그 힘이 있다면 그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그는 이전보다 기다릴 힘을 덜 갖고 있다. 기다림이 기다릴 힘을 마모시키는 것이다. 기다림은 마모되지 않는 것이다. 기다림은 마모되지 않는 마모이다.”(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다린다」
피로는 외과적 증상이 아니라 정신신경과적 증상이고, 그것의 가능태는 더 작게 존재-하기, 웅크리기, 소금기둥-되기다. 그런 탓에 피로한 자는 사회와 담을 쌓고 소통하기를 그친다. 그들은 자꾸 제 존재를 세계의 저 바깥쪽으로 밀고 나간다.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단편소설 「구토」에서 주인공 로캉탱이 그런 존재다. 로캉탱은 항구 도시에서 한 귀족의 전기를 쓰는 일에 몰두한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일기 쓰기, 사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카페·도서관·박물관 따위에서 어슬렁대기가 일상의 전부다. ‘구토’는 이 세계에 가득 차 있는 속물들의 진부함에 대한 생리적 거부다. 속물의 진부함을 견디는 데서 생겨난 피로의 징후다. 마침내 로캉탱은 그 속물들의 세계와 결별한다. “나는 돌아다봤다. 작은 그림의 성당 속의 한없이 고운 백합이여, 안녕, 우리의 자존심이여, 우리의 존재 이유여, 안녕, ‘더러운 새끼들’이여 안녕.”(장 폴 사르트르, 「구토」) 「바다는 영원히 출렁인다」
들레름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 일상의 조각들, 작은 행복의 편린들, 정말 작아서 금세 잊히는 찰나를 포착한다. 그는 목구멍으로 넘기는 맥주 첫 모금의 “무한을 향해서 열리는, 믿을 수 없는 기쁨의 느낌”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맥주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찰나 최고의 기쁨에 도달하고 그 뒤로는 쾌감이 반감된다. 두 번째 잔부터 맥주는 이미 그 비범함을 잃어버린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미지근한 행복감 속에서 금세 우울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추억의 창고에 들어 있는 멜랑콜리를, 우리가 겪은 기쁨과 슬픔을 끄집어내 반추하도록 부추긴다. 지하실에서 달콤한 향내를 뿜어내며 덧없이 시드는 사과들, 새벽 거리에서 먹는 크루아상, 무심코 지나쳐버린 어린 시절의 가을, 황금빛 맥주 한 모금의 행복, 느긋하게 보낸 일요일 저녁에 마음을 파고드는 불안을 일깨운다. 「맥주 첫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