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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59133000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08-05-06
책 소개
목차
차례
추천하는 글 상실과 고통을 겪는 인간 존재의 모든 기억에 관하여-신현림(시인)
한국의 독자들에게
눈을 감으면
어둠 속으로
나의 수호천사
운명
앨버트의 책방
246동 7호실
첫사랑
에빈의 친구들
불안한 나날들
수감된 여자들의 행성
혁명의 그림자
유리 구릅
탈출구는 어디에
할머니의 일기
내 말 들리나요
잃어버린 세상
돌아가는 길
과거를 두로 하고
긜고 그 후
글을 마치며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눈을 감고 천사의 모습을 생각했다. 할머니와 아라시와 이레나가 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랐다. 살아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뭔가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보도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젊은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숨을 수 없었다. 죽음은 숨을 곳이 아니었다. 나는 뚜껑을 닫고 약병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내가 할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길로 가게로 달려가 희고 큰 종이를 사다가 혁명수비대원들이 평화로운 집회에 습격해서 저지른 폭력에 대해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 본문 204쪽에서
“나한테 소지품이 얼마 없다는 건 잘 알지? 이게 내가 가진 전부야. 우리 부모님에게 돌려줄 방법을 잘 생각해서 보내줘.”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타라네는 차도르를 쓰고 문을 나섰다. 내 친구가 죽으러 나간다. 목구멍이 터져 핏덩이가 넘어오도록 소리를 지른다 해도, 두개골이 깨지도록 머리를 벽에 부딪친다 해도 나는 친구를 구할 수 없었다. 나는 타라네의 가방을 들고 방 한가운데 망연히 서 있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루 종일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했다. 마치 침묵이 친구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기라도 하듯이, 침묵이 기적을 일으키기라도 하듯이. 우리는 기도하며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 나지 않게 입술을 깨물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끝나갔다. 하늘이 자줏빛으로 붉게 물들고 대기에 어둠이 기어들었다. 우리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곧 하늘에서 유리로 된 구름이 떨어지듯 총성이 울렸다. - 본문 208~209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