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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9135479
· 쪽수 : 704쪽
책 소개
목차
제11장 옥의 재난
제12장 달의 그리움
제13장 옥의 귀환
제14장 달이 지다
제15장 옥의 이별
에필로그 달의 영혼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고사포가 굉음을 울리면서 분홍색 화염을 토했다. 공중에서 폭발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섬광이 오렌지 빛 꽃송이들 같았다. 비행기에서 폭탄이 투하됐다. 폭탄이 터지면서 일련의 벼락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땅 위에서도 핏빛 붉은 불빛이 솟구쳤다. 공기가 불타고 대지가 흔들렸다.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 전체가 학질에 걸린 것처럼 쉬지 않고 흔들렸다. 식탁 위의 접시들이 튕겨져 올랐다가 다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오랫동안 머리 위를 맴돌던 악몽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이전에 전쟁에 대해 천 번 만 번 담론을 벌였지만 막상 전쟁이라는 악마가 눈앞에 다가오자 놀라움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전쟁은 그토록 무정했다. 전쟁은 애당초 어디가 녹지이고 어디에 신선한 꽃이 있는지, 어디에 살과 피를 지닌 생명이 있는지, 어디에 인류 문명의 정수가 있고 어디에 따스하고 향기로운 꿈과 아름다운 환상이 있는지…… 가리지 않았다. 갑자기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세상이 이미 종말을 맞은 것 같았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암흑은 막막하고 끝이 없었다. 그 터널이 얼마나 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쉬려고 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기어갔다.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고 머리 위에서는 박쥐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마침내 생명체를 만난 것에 몹시 기뻐했다. 거미와 박쥐에게 그곳이 인간 세상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얼굴에 걸린 것은 자신의 머리카락이었고, 쉭쉭거리던 소리는 박쥐의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숨소리였다. 악마의 굴에는 그녀 외에는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헐떡이면서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힘을 모았다. 자신의 피가 다 흘러나오기 전에, 근육과 뼈가 다 절단되기 전에 앞을 향해 더 나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