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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9135462
· 쪽수 : 57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달의 꿈
제1장 옥마
제2장 달의 차가움
제3장 옥의 요절
제4장 달의 맑음
제5장 옥의 인연
제6장 달의 밝음
제7장 옥왕
제8장 달의 어둠
제9장 옥의 여행
책속에서
보선이 완성되던 날 저녁, 한즈치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각품을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사부님, 우리 배가 마침내 완성됐습니다. 한번 보세요. 이제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거예요. 콩알처럼 작고 희미한 등불이 가물거리는 옥기 공방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즈치는 야위고 초췌한 사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미간에 가벼운 웃음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더니 이내 보이지 않았다. 한즈치는 사부가 영면한 쪽을 향해 몸을 돌려 오랫동안 가슴 깊이 갇혀 있던 호흡을 토해냈다. 이때 그는 또 커다란 유감을 느꼈다. 량이칭도 마지막 순간에 생각했던 것처럼, 이 보선이 후이위안자이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면 사이먼 헌트와 미래의 모든 구경꾼은 애당초 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즈치는 이렇게 자신의 보선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등사한 <햄릿> 대본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는 원고지를 내려놓고 손이 가는 대로 대본을 펼쳐봤다. 정샤오징이 가져온 뒤로 아직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터였다. 편한 대로 한 장을 펼쳐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그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대본 위로 한신웨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신웨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옅은 애수가 서려 있었다. ……아니야, 그녀가 이렇게 슬픈 모습이어서는 안 돼! 한신웨가 학교를 떠난 지 이미 사흘째였다.
바람이 멎고 날이 활짝 개었다. 박아 저택의 등나무와 해당화 나무, 그리고 석류나무에 꽃이 피었다. 다발을 이루어 아름답게 핀 꽃이 찬란한 빛으로 눈길을 끌었다. 톈싱도 무럭무럭 자라 키가 아버지만 한 사내대장부가 되었다. 깨끗한 장삼 차림에 새 예모를 쓰고 있었다. 이 젊은 치쩐자이의 주인은 아버지보다 더 의젓하고 미남이었다. 그는 한가하게 마당 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나뭇가지에 활짝 핀 꽃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손을 내밀어 꽃가지를 잡았으나 꽃가지가 내뿜는 눈부신 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 그건 꽃이 아니었다. 주렁주렁 달린 진주와 보물, 옥석들이었다. 푸른 비취와 붉은 마노, 하얀 양지옥과 자줏빛 자수정이었다. 그리고 월광석과 남보석, 홍보석, 묘안석, 늑자석, 오팔, 자아오, 부용석…… 등 다양한 보석들이 달려 있었다. 마치 하늘의 뭇별들이 반짝이면서 등나무와 해당화 나무, 석류나무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톈싱은 손을 내밀어 하늘이 내려준 그 보석들을 따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맹렬한 폭풍이 불어와 모래가 날고 돌이 구르기 시작했다. 나무도 흔들리고 집도 마구 흔들렸다. 쾅?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