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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69091961
· 쪽수 : 56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내 문학의 강
1. 깨끗한 물
2. 해빙
3. 가장 짧은 낮
4. 그들의 손톱
5. 스촨
6. 말 장화를 삶다
7. 무월霧月의 외양간
8. 돼지기름 한 항아리
9. 눈 커튼
10. 말 한 필, 두 사람
11. 꽃잎 죽
12. 가는 비 내리는 그리그해의 황혼
13. 친구들아 눈 보러 와
14. 감자 꽃
15. 백설의 묘원
16. 어골
옮긴이의 말: 아름다운 북방의 동화
책속에서
할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이 축축하게 젖은 채 어깨 위로 늘어져 있는 것을 바라봤다. 처진 눈두덩 때문에 돌출된 광대뼈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할머니 얼굴 위의 갈색 검버섯이 열기를 쐰 탓인지 더욱 진해 보였다.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았다. 톈두는 목욕을 하고 난 할머니의 몸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짓무른 버섯처럼 보기 좋지 않았다.
톈두는 또 솥에 물을 가득 채웠다. 그가 장작을 더 때자 황금빛 불꽃이 민들레처럼 아궁이 속을 날아다녔다. 그는 굵은 소나무 장작을 두 덩이 더 집어넣었다. 이때 할머니가 뭔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으로 방에서 나왔다. 젖었던 할머니의 머리는 이미 다 말랐지만, 말려올리지 않고 여전히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다. 아주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몸이 부은 데다 아래 눈두덩이가 헐렁헐렁하게 처져 있어 평소에는 청포도 두 알 같던 것이 오늘은 새빨간 등롱화燈籠花 같았다. 검버섯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톈두는 방문을 꼭 닫아걸고 옷을 다 벗은 다음 등불을 꺼버렸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창가로 다가가 조용히 커튼을 당겨 열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천천히 목욕통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먼저 두 발을 물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물에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지만 아주 빨리 적응했다. 이어서 그는 천천히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깨끗한 물이 자신의 가슴과 배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따스한 느낌을 즐겼다. 톈두는 머리를 목욕통 위에 얹어놓고 있어 창밖의 깊은 어둠을 바라볼 수 있었고, 밤의 어둠속에서 오래 꺼지지 않는 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별들이 이미 망망한 어둠을 가로질러 자신의 창문 안으로 들어와 목욕통 안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연노랑 쥐엄나무 꽃처럼 맑은 향기를 내뿜으면서 한 해의 풍진을 다 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