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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37428067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24-09-05
책 소개
목차
1부 산책
1. 자다 11
2. 물구나무서기 40
3. 새점 68
4. 산을 만드는 사람 98
5. 킥보드 131
6. 숲 162
7. 나무가 없다 196
2부 길에 오르다
1. 발라드 227
2. 빵 260
3. 농어 291
4. 수세미 325
5. 배의 잔해 361
6. 바퀴벌레 396
7. 나사 429
3부 낭트
1. 공사장 465
2. 포스터 473
작가의 말 481
옮긴이의 말 487
리뷰
책속에서
어쩌면 기다림은 그녀가 살아가는 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기다리고, 또 다음 사람을 기다리는 것.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의 상태였다. 육체의 전투태세라 할 수 있다. 아주 잘 자기 위해 그녀는 반드시 그를 기다려야 했다.
갑자기 한 익숙한 냄새가 공원으로 흘러들어와 떠돌다가 콧구멍 안에 달라붙었다. 곰팡이 냄새에 가까웠다. J는 일어서서 심호흡을 하고 환호했다. 붉은 두 입술에서 쉴 새 없이 페트리쇼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J가 그의 손바닥에 페트리쇼르라고 써 주었다. 그는 휴대폰에 단어를 입력하면서 몇 번 실패한 후에 결국 정확한 철자를 찾았다. 페트리쇼르였다. 이 단어에 해당하는 중국어를 그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식물이 가뭄을 만났을 때 분비하는 기름방울이 진흙이나 암석에 스며들었다가 비가 건조한 대지를 때리면, 이런 기름이 만들어내는 냄새에 빗물이 섞이는 게 바로 페트리쇼르였다. 사실은 그도 이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곰팡이 냄새를 두려워했다.
그와 그녀는 좁은 침대에 함께 누웠다. 어려서부터 함께 잘 때, 두 사람에겐 신기한 묵계가 있어서 몸을 뒤집거나 이리저리 뒤척이고 웅크리면서도 몸이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다. 냄새와 코 고는 소리, 수면 자세 등 모든 게 익숙했다. 그렇다고 아주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필경 아주 오래 만나지 못했고, 입밖에 내지 못한 말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