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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종이달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가쿠타 미츠요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2014-12-05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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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책 정보

· 제목 : 종이달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9138524
· 쪽수 : 356쪽

책 소개

가쿠다 미쓰요 장편소설.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한 이번 작품은 범죄와 일탈에 빠져들어가는 평범한 주부의 어두운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한 서스펜스로, 2014년 1월 NHK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미야자와 리에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저자소개

가쿠타 미츠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일본에서 문학성과 대중성으로 주목받고 사랑받는 작가이자 번역가. 가나가와현 출생으로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1년 뒤인 1990년에 『행복한 유희』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신인상, 2003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문예상, 2005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 2006년 『록 엄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2007년 『8일째 매미』로 중앙공론문예상, 2012년 『종이달』로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4년 『내 안의 그녀』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받았다.또 여러 작품들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현재 일본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2015년에는 일본 버블기 후반을 배경으로 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은 소설 『종이달』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다. 소설 이외에도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아주 오래된 서점』, 『무심하게 산다』 등 여러 에세이를 펴내 에세이스트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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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일본 문학 번역가.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시드니!』 『애도하는 사람』 『빵가게 재습격』 『반딧불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종이달』 『배를 엮다』 『누구』 『후와 후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라이온의 간식』 『숙명』 『무라카미 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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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행방불명된 횡령녀 따위, 텔레비전에서는 이미 까맣게 잊은 듯이 매일 다른 뉴스를 보내주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리카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리카는 횡령한 돈을 젊은 남자에게 바쳤다고, 주간지에는 나와 있었다. 가즈키는 사실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랑에 빠진 것도, 남자에게 부추김을 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리카는 자신을 가리고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신이라는 틀을 부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가즈키가 아는 리카는 누구보다 높고 견고한 울타리 속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그렇게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리카의 생활은 그날을 경계로 달라졌다. 그때 리카는 그렇게 뚜렷이 의식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훗날 돌이켜 보면 확실히 그날 아침 이후, 자신의 속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변화의 계기는 고타와의 섹스가 아니라, 그날 아침의 정체 모를 만능감이었던 것 같다. 리카는 일을 마친 뒤 반드시 샛길로 샜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주로 다마 플라자나 아오바다이의 백화점이었지만, 마사후미의 귀가가 늦어진다는 걸 아는 날은 후타코다마가와나 시부야까지 나갔다.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 리카의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감이 있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 고타는 나의 정체를 간파하지 않을까. 내가 자존심이나 자신감을 빼앗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가 아니라, 한낱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주부란 걸 간파하지 않을까. 그리고 어째서 이런 아줌마를 안았을까 하고 후회하는 게 아닐까.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터질 듯이 탱탱한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설령 그것이 싸구려여도, 하찮은 것이어도 옷을 사고 액세서리를 사고 화장품을 하나 사면 그 초조함은 덜해졌다.


그렇게 생각한 리카는 그래서 출근을 위해 역에 갈 때나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붐비는 전철을 탈 때면,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새삼 놀랐다. 먼저 가기 위해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가 있고,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 하고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금발의 여자아이들이 있고, 가방에 손을 찔러 넣고 정액권을 찾는 리카에게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젊은 남자가 있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빈자리에 앉는 중년 남자가 있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잔돈을 던지는 역내 매점의 판매원이 있었다. 전봇대 아래에 토사물이 펼쳐져 있고, 약국 계산대에는 긴 줄이 있고, 번화가 보도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안정이 되지 않아 열심히 익숙한 척했던 스위트룸에 도착하면, 진심으로 안도하게 된 것은 체크인한 지 사흘째였다. 청결하고, 안전하고, 선의로 둘러싸여 있고, 사랑하는 남자가 아이처럼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닌가 하고 리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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