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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59522668
· 쪽수 : 40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잠수정 내부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더웠다. 왜 이리 덥지? 그는 일어나서 셔츠를 벗어 다른 의자에 던졌다. 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신발을 벗어 셔츠 위에 포개놓고 바지도, 속옷도 다 벗었다. 그는 자신의 알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핏기가 없네. 무슨 수의처럼 허옇군. 잠깐, 가만 보니 종잇장 같잖아.'
이제 어디에 기호를 그려야 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다만 피가 없다는 점이 걸렸다. 당텍의 피는 다 떨어졌다. 잠수정 안에 혈액 주머니가 실려 있지 않던가? 혹시라도 잠수정에서 수혈을 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 터지면 어쩌려고? 어떻게 수혈용 피 한 방울 없이 탐사에 나설 수가 있을까?
그는 잠수정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피를 찾다가 맥박이 뛰는 혈관 위에서 눈길이 멈췄다.
"아……."
그는 씩 웃음을 지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여기 있었구나."
그는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주위에 서서 열띤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토론의 초점은 주로 마커에 맞춰졌는데, 마커가 바로 알트만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환영을 겪으면서 알게 된 유물의 진짜 이름이었다. 마커가 외계인의 작품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펼쳤던 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는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 이제 단지에 있는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신봉하고 있었다. 마커의 기원 더불어 그것이 왜 이곳에 있으며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또 그것을 건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추측만 무성했다.
"왜 날 여기로 데려온 겁니까? 뭐하러 계속 살려두는 거죠?"
"마르코프씨가 박사님께 호기심을 느끼셔서 말입니다."
"호기심이라니요?"
"당신은 대부분의 동료들과 달리 마커가 주는 영향에 얼마간 면역을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계획 진행에 쓸모가 있겠다고 판단하신 겁니다."
"무슨 놈의 계획에 말입니까?"
스티븐스는 웃음을 지었다.
"그분이 왜 박사님을 신기하게 여기는지는 스스로 잘 아시잖습니까. 심해잠수정을 타고 잠수했다 하면 다른 사람들은 미쳐버리기 일쑤인데 당신은 멀쩡하게 돌아왔어요. 두통에 환영까지 시달렸는데도 폭력성이나 정신발작 같은, 환각에 의한 증상도 보이지 않았고요. 지금 연구단지에 있는 신자들은 당신을 거의 종교 수준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하고 있을 정도죠. 아마 제 몇몇 동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제정신들이 아니로군요."
"신자들은 박사님을 예언자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알트만은 고개를 저었다.
"마커는 위험합니다. 그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