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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5812
· 쪽수 : 49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주목을 끌지 않게 행동했을 거다. 죄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지 않았을 거야."
그 말에 알테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임무를 어떻게 완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임무를 어떻게든 완수하는 거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배운 방식이……."
말릭이 다시 응수하려 하자 알테어가 그를 노려보며 말을 잘랐다.
"내 방식이 더 나아."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눅눅하고, 춥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굴속에서도 알테어는 말릭의 눈에 담긴 오만함과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말릭이 언젠가는 자신의 적이 되어 맞설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알테어의 권위에 반기를 들 계획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내가 앞서서 망을 보겠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불명예는 안기지 않도록 해."
말릭이 말했다.
아쉽지만 불복종에 대한 처벌도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말릭이 앞서서 신전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카다르는 형 말릭이 앞서가는 것을 보고는 알테어에게 물었다.
"우리 임무가 뭔가요? 형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요. 그저 이런 일을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고만 했어요."
알테어는 이 열정적인 강아지 같은 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스터께서는 템플 기사단이 성전산 아래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고 생각하신다."
"보물인가요?"
카다르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모른다. 중요한 건 마스터께서 그것을 중요하다고 여기신다는 사실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게 그것을 찾아오라고 명하지 않으셨을 거다."
카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테어가 손을 한 번 젓자 카다르는 재빨리 형에게 달려가고, 이내 알테어만 굴속에 혼자 남았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핏물이 후광처럼 머리 주변의 모래 위로 둥그렇게 퍼져 있었다. 말릭의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 남자의 입을 다물게 할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이 성직자는 죽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알테어는 그를 죽였다. 왜냐하면…….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는 훌륭한 암살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암살자의 아들이다. 암살단 내에서도 가장 솜씨가 뛰어난 마스터 어쌔신.
알테어가 다시 움직였다. 곧 여러 개의 구덩이가 나오고, 그 속으로 안개가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손쉽게 첫 번째 대들보 위로 훌쩍 뛰어올라 한 마리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몸을 웅크려 착지했다. 자신의 힘과 민첩성을 즐기는 그는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