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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628
· 쪽수 : 848쪽
· 출판일 : 2019-07-04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 섞인 바람이 깨진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곳은 바닥도, 벽도, 천장도 모두 얼음으로 이루어진 성의 맨 꼭대기 방이었다. 바람을 타고 날리는 얼음 조각들이 문자 그대로 살갗을 찢었다. 로핀의 뺨도 얼음에 베여 피가 흘렀다. 적의 칼과 마법이 아닌, 얼음 바람 탓이었다.
로핀의 옆에는 메이루밀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떨어져 얼음을 녹였다가 금세 얼음과 함께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앞에 선 테일드의 지팡이가 달빛마저 차단하는 어둠을 밀어내고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는 방 안에 그려진 푸른 원의 중앙에 서 있었다. 그 원의 끄트머리에 한 남자가 미라처럼 말라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슈라이튼 백작, 론타몬의 정복 전쟁을 시작한 모든 것의 원흉.
"위대한 마법에 경의를 표한다, 마스터 테일드. 그러나 헛수고다. 어떤 살아 있는 존재도 나를 죽일 수는 없다."
백작의 입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때 북쪽 땅의 선량한 귀족이었던 슈라이튼 백작은 지금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세상을 파괴할 저주를 내뱉고 있었다.
- 8권
'시프 유위 주-모-푸?'
'이제 내가 보이는가?'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카셀은 이제 대답할 수 있었다.
"보입니다. 워그의 영혼이시여."
카셀은 천 년 전 워그에게 죽었던 하늘 산맥의 악마 느-라이프덤을 똑바로 주시했다. 더 이상 그것은 얼음 덩어리도 아니고, 반투명한 유령도 아니었다. 창공에서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육식 새의 모습이었다.
"네가 아무리 고대의 악령이며 이곳을 지배하는 주인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누라이."
카셀은 거대한 존재의 머리에 대고 얼어붙은 손을 꽉 쥐었다.
"하안 늑대의 이빨을 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하얀 늑대뿐이다."
카셀의 손 안에서 크리스털 같은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깨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유령은 사라졌다.
카셀은 비틀거리며 걸어가 떨어진 보검을 쥐었다. 손잡이의 보석은 여전히 옅은 빛만 내고 있었고 칼날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카셀은 칼날에 이마를 댔다.
"당신이 나디우렌의 증표라서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군요. 애초에 하늘 산맥은 당신의 영역이었어요. 그렇죠?"
- 9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