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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천년의 하늘 1

불국사 천년의 하늘 1

(달빛 젖은 칼)

진영돈 (지은이)
  |  
한솜미디어(띠앗)
2019-03-25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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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천년의 하늘 1

책 정보

· 제목 : 불국사 천년의 하늘 1 (달빛 젖은 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595082
· 쪽수 : 264쪽

책 소개

<살아 있는 자들의 독백>, <살아 있는 자들의 노래>, <바람 속의 나그네> 작가 진영돈 장편소설.

목차

어둠의 시작 _ 009
다른 어둠 속으로 _ 027
지워야 하는 자 _ 045
이어지는 인연들 _ 063
사라진 과거 속으로 _ 082
떠도는 자의 그림자 _ 098
죽음 속에 꾸는 꿈 _ 117
잊힌 자의 무덤 _ 145
또 다른 시작 _ 171
엇갈리는 운명의 길 _ 204
어둠을 품은 달빛 _ 217
그림 속에 피는 꽃 _ 240

저자소개

진영돈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남. 저서로는 장편소설 『살아 있는 자들의 독백』 『살아 있는 자들의 노래』 『바람 속의 나그네』 『춤추는 하얀 꽃잎』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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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둠의 시작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세찬 눈보라 속에 매서운 바람이 온 산하를 찢는다. 바람은 점점 강해져서 흡사 귀신이 울부짖는 듯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세상을 뒤흔든다. 그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뛰어간다. 여인의 몸은 붉은 피로 흠뻑 젖었고, 눈 위로 연신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은 날리는 눈 속에 금세 묻혀버린다.
그 눈보라 속 어디선가 호각 소리가 길게 난다. 여인은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탈진한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그런데 여인 앞에 돌연 검은 복면을 한 괴한 두 명이 나타난다. 깜짝 놀란 여인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친다.
“흐흐, 네년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한 사내가 칼을 뽑아들고 다가가자 여인은 체념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나리, 아이만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 어린 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씨를 말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리,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 나는 너와 네 아들 놈의 목을 가져가야 하니 말이다.”
사내가 칼을 치켜들자 여인은 품에 안은 아이를 불쑥 들더니 눈보라치는 벼랑 아래로 힘껏 내던진다.
“이런 고약한 년! 마지막까지 약은 수를 쓰다니.”
사내의 칼날이 번쩍 빛을 발하자 하얀 눈보라 속에 붉은 핏방울이 어지러이 흩날린다.
“이런, 자식놈까지 확실히 없애라고 했는데….”
칼은 든 사내가 낭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다른 사내가 입을 연다.
“이렇게 험한 벼랑에서 떨어졌는데 설마 살겠어? 설령 산다고 해도 이런 추위에 곧 얼어 죽을 걸세. 게다가 부근에는 인가도 없지 않은가”
“그럼 돌아가서 다 죽였다고 보고하기로 하세. 그런데 애 머리는 어떻게 하지?”
“그건 잘리면서 벼랑으로 떨어졌다고 함세.”
그들이 떠나자 세찬 눈보라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바람이 다시 귀신처럼 울부짖으며 세상을 찢어 나간다.

* * *

무릇 세상일이란 흥망성쇠를 되풀이하며 끝없이 흐른다. 꽃이 피면 언젠가 지고,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울듯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런 흐름 속에 하늘에 뜬 세 개의 해 중에서 두 개가 지고 하나만 남았다. 한때 흥하던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하고 신라만 남은 것이다. 물론 승리자의 화려한 영광 뒤에 지워진 나라의 도읍지는 폐허가 되어 무성한 잡초 속에 버려졌다. 다시 봄을 맞아 꽃은 피어도 오직 쓸쓸한 바람만 이를 맞을 뿐, 그때 웃음 짓던 사람들은 옛 영화와 함께 사라지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시간 역시 물처럼 흐르면서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꽃향기 속에 봄이 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붉은 낙엽과 함께 가을이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 역시 이어져서 세월 속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운 꽃이 그러하듯이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받는 사람도 사라지고, 아울러 미워하는 사람도, 미움받는 사람 역시 남지 않는다. 또한 봄이 오면 꽃은 다시 피지만 그전의 봄과 꽃이 아닌 것처럼, 이미 간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 까맣게 윤기 흐르던 초동의 머리는 어느새 흰머리가 되고, 그가 뛰놀며 부르던 즐거운 노랫소리는 불현듯 깊고 어두운 한숨 소리로 변한다. 이렇게 세상은 생명을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스한 봄날이 다시 오고, 어느 마을 울타리 밑에서도 작은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봄을 맞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아이들 역시 마을 앞에 모여서 밝은 햇살 아래 흥겹게 뛰논다.
그런데 길 저편에서 굶주려 병색이 완연한 거지 소년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그쪽으로 몰려간다.
“더러운 거지가 또 왔네.”
“야, 거지새끼야, 여기서 썩 꺼져!”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지며 놀려대자 거지 소년이 눈을 무섭게 치뜬다.
“어라? 이놈 봐라. 네놈이 째려보면 어쩔 거야?”
그들 중에서 제일 큰 아이가 막대기를 주워 들더니 그에게 마구 휘두른다. 하지만 거지 소년은 믿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요리조리 피한다. 결국 아이들이 일제히 에워싸고 때리자 그의 얼굴 여기저기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런 와중에 거지 소년이 막대기를 든 아이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그를 쓰러뜨리고 올라탄다. 그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내려치자 다른 아이들이 거지 소년을 덮치며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하지만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닥치는 대로 물고, 때리고, 할퀴며 악귀처럼 날뛴다. 이에 아이들도 겁이 나는지 슬슬 물러서다가 한 아이가 뒤로 내뛰자 모두 우르르 도망간다.
이들과 가까운 곳에 가마 하나가 서 있다. 가마에 앉은 사람이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다가 옆에 있는 검은 옷의 사내에게 말한다.
“호오, 쓸만한 놈이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고 악과 근기가 있어. 이봐, 흑귀!”
“예, 어르신.”
“저 아이를 데려가 잘 교육시키거라.”
“예, 알았습니다.”

어둠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본래부터 있던 거대한 침묵일까? 어쩌면 침묵 속에 잠자던 영원이 인연이 만든 찰나의 불꽃에 눈을 뜨면서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이 숱한 사연을 만들면서 흐르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때 어둠 역시 눈을 뜨고 빛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둠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겉모습만 지울 뿐, 존재 자체는 없애지 못한다. 아울러 빛은 홀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빛이 나타나서 어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빛은 언제나 어둠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달이 빛을 내지만 어둠 역시 머금는 것처럼 품은 어둠의 양이 다를 뿐이다. 이것이 세상에 나타나는 빛의 밝기가 전부 다른 이유이다. 그리고 빛이 있을 때 생기는 그림자 역시 어둠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빛과 어둠이 손잡고 움직이는 가운데 나타난 외로운 그림자인지도 모른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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