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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사
· ISBN : 9788959891399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인체에 숨겨진 이야기들
1장 생명의 춤
눈부신 햇살
몽롱한 달빛
1억 마리 정자의 로또 게임
난자의 팔괘도
2장 머리의 수난
얼굴 양쪽에 붙은 두 개의 배춧잎
코에서 비롯된 사랑과 '암살기도'
입술에 덧칠한 욕망
치아까지 무장하다
국제적 기준을 초월한 눈
좋은 인상을 주는 얼굴 만들기
숱이 많든 적든 모두 인생의 빼어난 정수인 것을
3장 사지의 욕망
손가락에 숨겨진 몇 가지 비밀
무릎, 건륭황제를 떠올리다
비너스에게 다리가 없었다면?
4장 유행을 쫓는 몸
목, 그 너머의 이야기
유방의 변천사
허리로 만인을 사로잡다
제2의 얼굴, 엉덩이
등의 속삭임
피부, 세계 최고의 포장재
5장 세 가지 '볼일'에 관한 이야기
대변에 관한 이야기
소변에 관한 변론
방귀를 찬양하는 노래
6장 영혼과 육체의 경계
음양의 괴기
광기의 역사
우리 몸의 무수한 질병
7장 존망의 암호를 해독하다
인간에게 죽을 권리가 있을까
생명이 사라진 뒤의 육신
영혼은 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리뷰
책속에서
문학작품 속에서도 큰 귀에 못생긴 외모로도 귀여움을 받는 캐릭터가 있는데, 바로 저팔계다. 코끼리를 제외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귀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저팔계는 귀로 모기도 잡고 부채질도 한다. 또한 여색을 밝히고 맘에 드는 여자만 봤다하면 대담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심지어 백골부인의 엉덩이도 만지고 싶어 한다. 2000년, 홍콩에서 『서유기』의 주인공 네 명을 후보로 결혼 대상자를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삼장법사와 결혼하겠다는 여성은 0퍼센트, 손오공 10퍼센트, 사오정 15퍼센트, 그리고 저팔계를 결혼상대자로 꼽은 여성은 무려 75퍼센트에 달했다. 늘 손오공한테 쥐어 잡히는 큰 귀가 현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우둔한 저팔계가 봄날을 맞는 시대가 오는구나 싶다.
머리카락은 인간 정신의 상징물이다. 머리카락의 존재와 상실은 두피보호의 차원을 완전히 뛰어넘는다.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옛날에는 남자들의 경우 원래 장발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카이사르나 카이사르에서 파생된 단어인 카이저(kaiser)나 차르(tsar)는 원래 머리카락의 숱이 아주 많거나 긴 머리카락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훗날 황제를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장발을 추앙하는 전통은 심지어 고대 바빌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웅의 조건은 건장한 신체와 긴 머리카락을 갖춰야 했다. 당시 바빌론의 영웅 길가메시가 병을 얻어 탈모 증상이 생기자 병이 다 나을 때까지 장거리 여행을 떠나 머리카락이 다시 길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머리카락이 일정 길이까지 자라야만 그의 체력도 영웅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 만큼 회복되어 다시 지도자의 자리에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고 남자들이 머리를 자르는 요즘의 태세는 불과 그 역사가 수백 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짧은 머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들은 남성과는 다른 성별을 가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이 경우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성별의 특징을 잃게 되면 여성은 아름다움을 잃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여성들은 생명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성은 부수적으로 다채로운 인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이제 단지 두상을 보호하는 보호망이 아니라 얼굴을 장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머리카락은 미를 완성하는 소재이자 신체의 철학적 부호이기도 하다.
천재 화가였던 다빈치가 그의 작품 <모나리자>에서 실수를 했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의 그림을 살펴보면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손이 얼굴과 상반신의 비례보다 크다고 전문가들이 밝혀냈다. 그럼 다빈치가 실수를 한 걸까? 그의 창작과정을 적은 수기를 읽어 보면 더 크게 그려진 두 손에 깊은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상의 왼손과 오른손의 손가락은 왼손은 움직임을 표현하고 오른손은 제지를 표현하게끔 다르게 굽혀져 있다. 또 두 손은 서로 맞닿아 있어 하나는 움직이려 하고 하나는 그 움직임을 막으려 한다. 이 두 손으로 다빈치는 평정심을 잃은 여인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녀에게 무슨 걱정이 있었을까? 편안하면서도 조용한 그녀의 미소 뒤에는 남에게 말하지 못할 무슨 고민거리를 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다빈치는 얼굴과 상반신의 비례보다 손을 크게 그렸던 것이다. 모나리자의 손과 미소는 우리 후세 사람들의 완벽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