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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5634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낯익은 은유
꽃과 열매 13
목련 보법 14
저녁놀 15
잎이 건네는 말 16
흔적 18
등산 19
봄날에 20
입추 무렵 21
바다, 혹은 파도 22
신지 못하는 신발 24
여자 26
가을 시편 28
위험한 사랑 29
제2부 그리움의 본적
언덕 33
삼박골 연가 34
과일 가게 앞에서 36
시가 멀어져 갈 때 38
둥글게 둥글게 39
흑백사진 40
몰운대에서 42
누이 44
우리 집 46
빈집에서 49
소죽 끓이기 52
언덕 2 56
묵정밭 경작법 58
몽유도원을 찾아서 60
이런 부부 62
제3부 그대에게 넝쿨지다
새봄 67
벌목 68
자화상 69
붉은 여름 72
임두고 74
벤자민 76
이별 연습 79
행간밀애行間蜜愛 80
칼선대*에서 82
천년초 84
투정 86
마음의 사계 88
바둑 89
조시弔詩 92
어린 왕자를 찾아서 94
제4부 넝마주이 시인
지방에서 99
넝마주이 시인 102
화폐기 공룡시대 103
쌍봉낙타 104
파비안느 105
삼월의 폭설 106
초미세먼지 108
안개의 역설 110
염병 111
징집의 역사 앞에서 112
이상한 아저씨들 114
스마트폰 116
놀이터 118
해설
차성환 세상의 모든 ‘고향’에 가는 길 120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화상
천千의 얼굴 만萬의 가슴으로, 천千의 눈빛 만萬의 언어로
세상에, 그대에게, 넝쿨지다.
어느 날 문득 나타난, 이십 년 터울의 제대군인 친형이 낯설어 쭈뼛거리면서도
추녀 끝에 말랑말랑한 곶감은 남몰래 잘도 빼어 먹는 일곱 살의 내가,
시퍼런 조선낫 두어 자루를 지게에 꽂은 채
한겨울 민둥산 꼭대기까지 땔나무를 하러 가는 열네 살의 내가,
등굣길 빼곡한 입석 버스 속 책가방을 받아 주는 낯익은 여고생 앞에서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열여덟 살의 내가,
군기가 빳빳이 남아 있는 중고참 시절, 난데없이 ‘부친별세급래父親別世急來’ 전보를 받아 들고는
내무반이 터져라 엉엉 울고 있는 스물세 살의 내가,
긴 생머리에 치마가 어울리는 착한 여자,
칼국수를 잘 삶을 줄 아는 그런 신부를 구하리라는 스물일곱 살의 내가,
야간 완행열차의 조명 아래서 한 처녀에게 눈멀고는
삼 년여 수십 통의 연애편지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노총각 서른 살의 내가,
사글셋방 전세방으로 옮겨 다니며
딸 아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서른여섯 살의 내가,
응급실, 내 손에 손을 넘기신 채 스르르 맥을 놓으시는 어머니,
다시 못 뵈올 당신 앞에서도
응석받이 막내둥이로 칭얼거리는 불효자식, 불효자식, 마흔 무렵의 내가,
크게 잃은 것도 이룬 것도 없는 인생
가끔은 돋보기를 쓴 채 시를 읽거나 시를 쓰기도 하는,
만년 학교 선생인 반백의 내가,
천千의 얼굴 만萬의 가슴으로, 천千의 눈빛 만萬의 언어로
세상에, 그대에게 넝쿨지다.
장미 넝쿨이듯 가시넝쿨이듯 인동 넝쿨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