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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6600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2-09-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물소리의 음계 13
네모난 창 14
텍사스는 카우보이를 남기고 나는 무늬를 남기고 16
초록색 캐비닛 18
검은 숲 20
그것 보세요, 당신의 발자국이 사라지고 있군요 22
새집이 날아간다 24
환절기 26
선택 28
침입자 35
지금 나는 관 밖에 앉아 있습니다 38
새 40
디어 윈터 42
안개꽃이 있는 정물화 46
뭐 하나 잘 만들 줄 몰라서 48
제2부
동쪽 마을에서 53
잠시 흔들리는 식탁 54
지구는 여전히 둥글고 좁게 느껴지네 56
별이 자꾸자꾸 떨어져요 58
불안의 무렵 60
꿈 62
모놀로그 64
목련꽃 질 무렵 66
LP판 67
고용 68
나는 프랭클린을 사랑해 70
언제까지 우유만 따르고 있을 것인가 72
정당한 노래 74
전래 동화 76
새러소타 78
어느 목조건물 80
제3부
어머니의 은행 잔고 83
눈 84
선글라스 86
귀뚜라미와 아이와 질긴 울음과 87
바깥이 궁금한 사람에게 88
썰물 90
우리는 습관성 91
뜯어내다 92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94
재스민이 어지럼증으로 피어 96
자주 기다리는 사람 98
밀접 접촉자 100
일상의 무늬 102
세상에 나만 살아 있다는 소름들 소문들 104
제4부
왜 당신은 당신밖에 섞일 수 없는 거야? 라고 그가 말했다 107
토스터에서 두 쪽의 빵이 구워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108
금속성의 문장들 110
어떤 논의 112
우리에게 외로움이 다녀간 줄 모르고 114
무모한 사람 116
칠월 117
돛을 내리다 118
추상화 120
이사 122
빗소리를 담는 버릇이 있다 124
밟아라 삼천리 126
누구나 슬픈 저녁 하나쯤 갖고 있겠죠 128
파랑주의보 129
해설
이형권 바깥이 궁금한 사람의 안을 응시하는 네모난 창, 혹은 시 130
저자소개
책속에서
네모난 창
문 앞에 네모난 상자가 배달되었다 텅 빈 상자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네모난 상자를 뒤집어썼다 네모난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그 상자는 불안하게 들썩거렸다 마치 뱀이 가득 든 상자처럼 내가 가만히 있어도 창밖의 풍경은 쉬지 않고 바뀌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는 사물과 사람들 틈에서 끝까지 펼쳐진 창의 내륙을 따라 마치 짐칸의 수화물처럼 나는 어딘가로 떠나고 있었다
유리같이 네모난 마음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언젠가는 주인에게 닿겠지 윗니와 아랫니가 잘게 부딪쳐 허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밭이 풀려나고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 끝도 없는 옥수수밭 그때 수평으로 길게 네모난 틈으로 암말의 대퇴부같이 부드러운 산의 능선이 보였고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한 계집아이가 그녀의 앙증맞은 작은 손을 끄집어내어 나를 향해 흔들었다 손뼉을 치며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새삼 내가 중요한 것들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언어와 노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
눈이 왔다 붉은 벽돌집에 붉은색이 보이지 않게 함박눈이 많이도 내렸다 네모난 창에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알록달록 불빛이 깜빡였다 추위에 떠돌던 나의 어깨를 잡아 주는 손길, 주인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나는 더 이상 밀려가는 낯선 풍경 속에 밀려가지 않았다 나의 옆에는 눈이 크고 눈썹이 안정적으로 두터운 나의 반려가 있었고 그녀의 긴 목덜미가 내 귀를 자꾸 간지럽혔다
먼 데서 삼나무 숲 삼나무들이 눈을 터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