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여섯 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인의 말

제1부

사랑, 딱 일주일 13
주홍글씨 14
진다 16
접어야 할 때 18
백합 꽃잎 두 장만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20
코스모스 편지 22
초경初經 24
검정 26
오후 여섯 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28
미스 고 30
아침은 온다 32
개도 안 물어 갈 33
해동 34
꽃물 36
카시오페이아 38
신음 소리가 붉다 40
끓다 41

제2부

꽃 45
천장과 사랑은 네모다 46
나무의 가지가 물가로 다가간다 48
파릇파릇 50
자두 노릇 51
아직 여자다 52
빵빵한 세상 54
쇼팽의 녹턴은 계속 흐른다 56
없어진 것들은 섬이 되나 58
난독 60
길을 읽다 62
이유 없이 64
능소 65
다 때가 있다 66
시계추 68
염장 70
고혹 72

제3부

엄마 냄새 75
내리사랑 76
스노우 볼 77
옥수수 78
대못 80
이별 82
꽃이 미쳤다 84
테이크 어 픽쳐 85
모자 여행 86
조지아에서 온 엽서 88
영원은 없다 90
서점 91
마리 앙투아네트 92
쪽잠 94
배알도 없다 95
보라색 본 적 있나요 96
네가 뱉은 가을 98

제4부

관계 101
피아노와 접시 102
첫, 104
탁자 105
칫솔을 입에 물고 106
도색 108
이별박물관 110
봄, 111
간절하게 촘촘하게 112
그래도 12월 114
개와 늑대의 시간 116
아직 봄 118
꿈과 꿈 120
그럼에도 122
명화 123
모과 청 124
소국 앞에 서다 126

해설
이승하 이 힘든 세상에서 시 쓰기로 낙을 삼아 128

접어야 할 때


책을 읽다가 해독이 불가하면
몇 번을 다시 읽거나
손가락으로 되짚어 보거나
밑줄을 긋다가 그만
책 귀퉁이를 접어 던져 놓거나
영영 잊어버리고 버려두게 될 때가 있다
당신을 읽다가 어려울 때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서성이다가
가만 신발을 벗고 옷을 벗고
목욕을 하거나
책 귀퉁이처럼 마음을 접어
깊숙이 넣어 두고 말 때가 있다
현실은 늘 사실과 같지 않고
마음은 늘 생각과 같지 않다
다시 달려가고 싶을 때
입술을 깨물며 멈추어 있는 것도
사랑일 터

딩동, 수신된 문자 소리에도
차마 당신을 읽지 못하는 나를
이제 먼저 접어서
책꽂이에 꽂아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