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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7324
· 쪽수 : 100쪽
· 출판일 : 2023-09-2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별 13
고비 14
모래 그림 15
발리, 징후 16
비슈누의 아침 18
갠지스강 변 20
캐니언 21
누군가 떠났나 보다 22
바벨탑이 무너지다 23
산디야 24
그린 파파야 깍두기 26
동백이 뚝뚝 28
다다를 수 없는 나라 29
제2부
악수, 약수 33
그래비티gravity 34
페이스리스 35
마트료시카 36
소문 37
소묘 38
소라게 40
붉은 여우가 사는 숲 41
그들은 물고기 입을 가지고 있다 42
시 읽는 시간 43
비, 옷깃을 여미고 44
숲 46
배웅 47
화양연화 48
길 50
제3부
거기,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이 들고 나는 섬 53
일월에서 삼월 사이 54
봄, 막연하다 55
닭과 꽃 56
닭싸움 58
상춘 59
봄은 손수레를 타고 60
가족사진 1 61
가지치기 62
나무의 속도 63
늦가을의 정원 64
제라늄 붉은 꽃잎이 지고 65
정원 수행 66
가족사진 2 68
가족 69
제4부
모노드라마 73
말 74
뿐 75
쯤 76
금 77
문 78
가만히 79
나란히 80
습 81
폐가 82
그리하여 83
아침 햇살이 좋아 84
소나기 85
라푼젤 86
해설
차성환 정원에서 배운 사랑 87
저자소개
책속에서
닭과 꽃
그는 닭을 돌보고 나는 꽃을 돌본다
닭이 꽃밭을 헤집어 망가뜨릴 때마다 나는
부러진 꽃가지를 들어 호통치며 닭들을 쫓는다.
그렇게 마당을 몇 바퀴 돌고 나면
닭보다 먼저 내가 지쳐 꽃가지를 던지고 주저앉는다
그는 달걀을 거두고 나는 꽃씨를 거둔다
꽃씨가 발아되기 무섭게 꽃밭이 파헤쳐지지만
용케 살아남은 한두 포기가 꽃을 피운다
쇠락한 꽃들이 봄을 기약하며 잠자러 들어가면
꽃밭도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든다
이때부터 꽃밭은 벌레를 찾아 여행하는 닭들의 성지가 된다
잠자던 꽃들이 뿌리 뽑혀 놀라 까무러치고
그 광경에 내가 더 까무러쳐 빗자루를 들어 또 닭들을 쫓는다
애초에 상생할 수 없는 존재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파헤쳐진 화단을 매만지며
닭만 보이는 사람과 꽃만 보이는 사람이 닭과 꽃을 위해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