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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7492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01-1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횡단보도는 13
극棘 14
고요를 받치다 15
이태원 16
와인 감식가 18
뱀이 나갔다 20
키다리 아저씨 22
외과의사 B 23
수유나무 24
우울 씨의 낭만적 시간 26
기억의 복구 28
타지마할 가는 길 30
옮겨 다니는 공터 32
푸른빛은 뾰족하다 34
제2부
목을 길게 빼고 37
접목 38
시계 꽃 2 40
저녁의 서랍 42
신발들 43
가죽나무 44
구름의 눈빛 46
에어 캡 48
집의 수첩 50
거울의 성 52
일요일 54
혀 56
무한 58
도매상 60
제3부
메밀국수 65
풀들의 시차 66
색실 누비 68
남향을 골라 창문을 단다 70
사월 72
로켓 74
누에 76
다크서클 78
기린이 걸어 나왔어 80
피항지 82
지진어 84
침몰하는 도시 86
오징어 다리는 몇 개일까 88
빵 하나 90
제4부
유예 93
얼레빗 94
헤링본 풍으로 96
일찍 핀 꽃잎들이 흩날리는 정오이지만 98
대야미 100
바람을 테이핑하다 102
역류 104
여러 번 말했으나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106
틸란드시아 108
피어라, 장미 110
하늘 식탁 112
발레리나 114
붉은 손 116
cancan 118
그가 돌아왔다 120
목독木牘 122
오래된 노래 124
해설
조동범 숲과 어둠과 몰락 이후를 횡단하는 혼종의 언어 125
저자소개
책속에서
목독木牘
숲 안쪽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무에 붙어 있다
날카로운 부리가 들어 있는 소리
소리는 점점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
둥근 구멍을 내는 소리의 모양을 보고 들었다
나무의 한쪽을 헐어 내는 작업
가지마다 돋아나는 획 같은 나뭇잎들이 떨린다
긴 부리를 넣고 다니는 날개의 공구 통
그늘 천막이 펼쳐 놓은 나무 둘레에
흰 목질의 파편이 쌓여 간다
지금 느티나무에 딱따구리의 서각이 한창이다
나무 한 그루에서 둔탁한 소리들을 다 빼내고 나면
그 자리에 부드러운 둥지가 들어설 것이다
공명으로 파 놓은 둥근 집
서각은 나무의 공명만 남겨 놓고 옆의 표면을 긁어내는 일이다
훗날 나무에 귀를 대면 털 없는 허기가 들릴 것이고
더 훗날 새끼들 다 날아가면
구겨지지 않는 흰 목질에 조류의 문자가 새겨져 있는
나뭇조각들이 낙하할 것이다
부리로 새긴 목독木牘
저 소리 다 그치면 글자들은 조용한 페이지를 얻는다
딱딱거리는 비문
나무의 목덜미에는 흰색의 눈썹 무늬의 문양이
고여 있는 바람의 소리로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