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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0302006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09-11-26
책 소개
목차
감사의 글
프롤로그_재수 꽝 금요일 밤
01_고주망태 렉시, 병원에서 깨어나다
02_사라진 3년간의 기억, 내가 스물여덟 살이라고?
03_루이비통과 남편, 그리고 초절정 미모
04_신이시여, 저 훈남이 진정 제 남편입니까?
05_멋진 신세계, 멋진 2007년
06_다이아몬드와 펜트하우스
07_당신의 인생을 안내해 드립니다, 결혼 생활 지침서
08_명품을 휘감은 보스레이디
09_왕따, 죽일 상사 년, 이게 나라고?
10_애인이 나타나다
11_깨지는 환상
12_난 코브라가 아니야! 바람둥이도 아니라고!
13_되찾은 친구
14_럭셔리 스타일 리빙은 지긋지긋해
15_생크림 몽블랑
16_천덕꾸러기가 된 카펫부를 구하라
17_완성된 퍼즐
18_런던의 해바라기 밭
19_작전명 코브라 렉시
20_새로운 출발
21_10월의 크리스마스
리뷰
책속에서
저게 나라고?
말이 안 나온다. 다리가 솜방망이가 된다. 난 수건걸이를 움켜쥐면서 자제심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역시 겉보기에는 상처가 심해 보이죠?” 니콜이 든든한 팔로 날 부축한다. “하지만 겉만 살짝 긁혔을 뿐이니까 내 말대로 걱정 말아요.”
상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붕대도, 심지어 이마에 박아 놓은 작은 플라스틱 심도 못 보고 지나쳤는데. 문제는 그 뒤쪽이다.
“이렇지 않은데.” 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손짓으로 가리킨다. “난 이렇게 안 생겼다고요.”
눈을 감고 예전의 내 모습을 그려 본다. 내가 돌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되찾으려면 그 수밖에 없다.
존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휙 돌아서서 좁은 복도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거기를 지나자 가구가 거의 없는 널찍한 침실이 나온다. 존이 문을 열자 바닥널을 댄 널찍한 발코니가 나온다. 난 숨을 죽인다.
해바라기가 숫제 벽을 이루듯 사방에 피어 있다. 하늘로 뻗어 올라간 엄청 큰 노란색 꽃부터 아직 어린 꽃, 지지대에 묶여 있는 것, 작은 화분에서 여린 연두색 싹을 자랑하는 것, 겨우 고개를 내민 어린 싹까지 다양하다. 어디를 보나 도처에 해바라기뿐이다.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우리다. 맨 처음 시작부터 제일 최근의 씩씩한 싹까지. 초록과 노랑의 바다를 지그시 둘러보는데 갑자기 목이 꽉 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택시가 와서 서자 난 기계적으로 올라탄다.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 기사가 묻는 말이 내 귀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존 생각을 머릿속에서 몰아낼 수가 없다. 머릿속이 점점 더 요란하게 웅웅거린다. 난 셔츠를 움켜쥐고서... 콧노래를 부른다.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곡조가 콧노래로 흥얼흥얼 나오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노래가 존 그 자체라는 것뿐이다.
이 곡조는 존이다. 존을 의미한다. 존과 관련이 있는 곡조라는 걸 난 안다.
난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그 곡조를 머릿속으로 더듬어 본다. 어디에서 나온 곡조인지 찾아보려고 더듬더듬 생각해 본다. 그러다 다음 순간 뭔가가 번개처럼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기억이 떠오른 거다.
기억이 난다. 존에 대한 기억이다. 나도 있다. 둘이 같이 있는 기억이다. 공기 중엔 짠 냄새가 감돌고 존의 턱수염 때문에 내 얼굴이 따끔거리고, 회색 점퍼... 그리고 이 노래. 바로 이거다. 스쳐 지나가듯 찰나의 순간일 뿐이고 그 이상은 없다.
하지만 기억이 났다. 기억이 돌아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