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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0302273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0-02-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부녀와 바꿔 산다.” 자넬은 천천히 말한다. “근사한 아이디어야! 비키네 올케랑 바꾼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은 사실이야. 비키 같은 직업을 갖고 싶어 몸부림치는 기혼녀는 수도 없어. 바꿔서 살아볼 기혼녀를 구한다고 잡지에 광고를 내면 되겠군. 그럼…….” 자넬은 비키에게 눈부신 미소를 씩 짓는다. “비키가 실제 결혼생활을 몸소 체험해 그 실태를 알아볼 수 있잖아.”
“TV에서 하는 〈아내를 바꿔라〉 프로그램 같은 거요?” 비키는 감이 잘 오지 않아 묻는다. “그래.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거지.” 자넬은 점점 신바람이 나서 어조가 빨라진다.
“그 남편하고도 같이 자야 하는 건가요?” 비키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뭐 비키가 그 남편이 마음에 든다면 몰라도 내가 하는 말은 서로 생활을 바꿔서 살아 보자는 얘기야. 옷도 바꾸고 모든 걸 바꾸는 거지. 그 상대의 옷을 입고 그 친구들과 놀러도 나가고. 독신인 비키가 자식도 있는 유부녀 생활을 해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지, 또 기혼여성이 독신생활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거라고. 정말 근사한 아이디어야.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남의 잔디밭이 더 싱싱해 보인다는 게 진리라지만 실상도 과연 그런지 알아볼 절호의 기회가 될 거야.”
“가족이 정말 단란하네요.” 여자의 말을 듣자 비키는 문득 밀려드는 슬픔을 맛본다. 그리고 환희도. “고마워요.” 비키는 대답한다.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제는 가능성이 보인다. 그녀는 아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해 가고 있으며 리처드와 있어도 편안하다. 여태까지도 앞으로도 영영 결혼이란 자기와는 인연이 없고 이룰 수도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침내 그렇게까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 지금 그녀는 다른 여자들-포드 익스플로어를 타는 이 여자처럼-이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 여자다.
비키는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낀다. 자기가 이런 여자가 될 수 있을 줄은 여태껏 전혀 생각도 못 했다. 전부터 내내 헛된 꿈이라고만 여겼다. 남자에 관한 한 엄청나게 재수 옴 붙은 독신 여기자인 줄 누구든지 한눈에 알아볼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죄다 그릇된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삶의 시작일까. 새로운 인생을 부르는 서막일까. 차라리 이 프로젝트를 좀 더 일찍 시작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실험은 그렇게 생뚱맞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비키가 당신 남편하고 쿵짝짝 사이가 되면 어떻겠어요?”
“당신이 아무리 그래 봤자 남편이나 나나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에요. 우리 둘 다 바람을 피울 일은 없을걸요.”
“누가 바람이랬어요? 그냥 화끈하고 신나게 하룻밤 즐기자는 것뿐이지.”
“술 냄새 펑펑 나는 당신하고요?”
대니얼의 지분거리는 행동 때문인지 앰버는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순간 그녀는 마치 정말로 싱글이 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조종하는 강한 여자가 된 느낌이다. 사실 영국에 온 이래 처음으로 앰버는 갑자기 이런 생활이 비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퍼뜩 깨닫는다. 도시에 사는 독신 여성의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래전 앰버 역시 미혼이었을 때처럼 신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만만하고 흥분되는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