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수녀

"종교 덕분에 그녀는 특별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구별되는 겁니다. 그 여자 보세요. 예쁘길 하나, 하다못해 귀엽길 하나, 영리한 구석도 없더군요. 그러니까 그녀가 무리 중에서 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튀길 바라잖습니까. 제 생각엔, 절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겁니다. 그럼 그녀를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소리가,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구나, 재미있어.' 이럴 거 아닙니까. 이제 그 여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아무것도 안 배워도 되고, 심지어 아무 일도 안 해도 상관없어요. 혹은 아무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지요. 독실한 척, 경건한 척 적당한 대사를 읊고 다니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 알아서 그녀의 신실함에 장단을 맞춰 주겠지요."
브루네티는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잠자코 있기로 했다. 시뇨리나 레리니의 신앙심은 분명 도가 지나친 면이 있고 뭔가 좀 어긋난 것 같기도 했지만, 위선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직업적으로 위선자들을 충분히 상대해본 브루네티로서는, 종교와 신에 관한 시뇨리나 레리니의 말과 행동은 단순한 광신자로 치부해도 좋을 정도였다. 위선자 치곤 총기와 자의식이 부족했다.
"종교 의식이나 경구에 꽤나 빠삭해 보이던데, 비아넬로."
브루네티는 길가 옆에 있는 바로 들어서며 말을 건넸다. 고결함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다 보니 술이 당겼다. - 본문 125~12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