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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41602604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5-07-28
책 소개
목차
꿈의 집에서_ 15
작가 후기_ 431
감사의 말_ 437
책속에서
핵심은 아카이빙이 권력이자 권한이라는 사실이다. 아카이브에 넣느냐 빼느냐는 정치적 행위이며, 기록 보관자와 그 사람이 처한 정치적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가 자식의 어릴 적 모습 중 어떤 것을 기록으로 남길지 결정하는 경우나, 한 대륙이 과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경우나—가령 유럽과 슈톨퍼슈타인, 즉 ‘걸림돌’처럼—모두 마찬가지다.
누락과 빈틈은 어디에 서식하는가? 어떻게 완전함으로 나아갈 것인가? 고통을 겪었다는 물리적 증거가 없는 과거의 학대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공정하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의 기록이 끊임없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할 것인가?
회상록은 그 본질이 부활시키는 행위다. 회상록의 필자들은 과거를 재창조하고 대화를 재구성한다. 오래전에 잠든 사건에서 의미를 끄집어낸다. 기억과 논평과 사실과 인식의 점토를 하나로 뭉쳐 둥글게 빚은 다음 납작하게 민다. 시간을 조종하고, 죽은 자들을 소생시킨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필요한 맥락 속에 밀어넣는다.
민들레의 파멸이 우리 본성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있듯 우리 자신의 파멸도 스스로에 대해 일깨우는 바가 있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생태계이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이 몸의 세포는 벗겨지고 대체되고 수리된다. 그러다 죽고 나면 우리 몸은 굶주린 지구를 먹이고 세포는 다른 세포의 일부가 된다. 한때 우리가 속했던 살아 있는 것들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입맞추고 손잡고 사랑에 빠지고 섹스하고 웃고 울고 상처 주고 상심을 달래주고 전쟁을 벌이고 잠든 아이를 카시트에서 들어올리고 상대에게 소리지른다. 그 에너지—그 끊임없이 일렁대는 갈망—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경이로운 일을 해낼 수 있다. 우주를 헤치며 조금씩 조금씩 지구를 밀어 결국 태양을 심장부터 들이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