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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0901391
· 쪽수 : 4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 ‘질책하다’ ‘분개나 분노로 인해 위협적이고 둔탁한 소리를 내다’라는 표현이 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사실 솔로몬 씨의 상태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나는 사전을 좀 더 뒤적여 ‘노여움’ ‘공격자에 대한 격렬한 짜증’이라는 표현들을 찾아냈다. 고령으로 몸이 뻣뻣해지고, 허리와 무릎과 몸 여기저기가 불편했으므로 그는 나이라는 공격자를 등에 업고 내 택시에 오른 셈이었다.
“(…)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 과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디어와 라디오, 특히 텔레비전 덕에 세상을 지나치게 환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가장 큰 혁명이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지나치게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최근 삼십 년 동안 알게 되었고, 그게 정신적 외상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의 작품은 아직 단 한 권도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목표가 필생의 역작을 쓰는 것이었으므로 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흔다섯 살이 넘었지만, 자신의 책이 완벽한 것이 되기를 바란 만큼 더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가 갑자기 죽는다면 그의 걸작은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고, 그가 죽기 전에 집필을 멈춘다면 그 작품에는 생의 끝이 결여되기 때문에 역시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