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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0901667
· 쪽수 : 33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찌뿌드드하고 후텁지근한 여름이었다. 그 여름 로젠버그 부부가 전기 사형에 처해졌고, 나는 뉴욕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지냈다.
우리는 유엔의 조용한 강당에 들어가 건강한 러시아 여자 옆에 앉았다. 화장기 없는 여자는 콘스탄틴처럼 동시통역사였다. 거기 앉아 있으려니 아홉 살 때까지 순수하게 행복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는 진정으로 행복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날 위해 모은 돈으로 걸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피아노 레슨을 받고 수채화를 배우고 무용 강습을 받고 조정 캠프에 갔고, 대학에 진학한 후로는 아침 식사 전에 안개 속에서 배를 타고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꽃놀이 하듯 떠올렸지만 말이다.
가지 끝마다 매달린 탐스러운 무화과 같은 멋진 미래가 손짓하고 윙크를 보냈다. 어떤 무화과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이었고, 어떤 것은 유명한 시인이었고, 또 어떤 것은 뛰어난 교수였다. 훌륭한 편집자라는 무화과도 있었고, 유럽과 아프리카와 남미인 무화과도 있었다. 어떤 것은 콘스탄틴, 소크라테스, 아틸라 등 이상한 이름과 엉뚱한 직업을 가진 연인이었다. 올림픽 여자 조정 챔피언인 무화과도 있었고, 이런 것들 위에는 내가 이해 못하는 무화과가 더 많이 있었다.
무화과나무의 갈라진 자리에 앉아, 어느 열매를 딸지 정하지 못해서 배를 곯는 내가 보였다. 열매를 몽땅 따고 싶었다. 하나만 고르는 것은 나머지 모두를 잃는다는 뜻이었다. 결정을 못하고 그렇게 앉아 있는 사이, 무화과는 쪼글쪼글 검게 변하더니 하나씩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