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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88960901896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4-06-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인간 세상을 동경하지 마
조선판 인어공주 『구운몽』의 백능파
처녀귀신 처녀귀신, 이름도 없는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조선시대에도 아줌마는 있었다 『삼한습유』의 마모
욕망, 도사리거나 배설되거나
남편보다 벼슬 『홍계월전』의 홍계월
세상에 이런 일이 『옥루몽』의 강남홍
음악은 힘이 세다 『옥루몽』의 벽성선
가부장제에서 살아남는 한두 가지 방법
조선시대 가족의 경계, 첩 『사씨남정기』의 교채란
기득권층의 선한 얼굴 『사씨남정기』의 사정옥
죽어야 사는 여자 『숙영낭자전』의 숙영
섹슈얼리티는 나의 무기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변강쇠가』의 옹녀
기녀妓女와 서녀庶女 사이 『춘향전』의 춘향
책으로 사랑을 배웠어요 『포의교집』의 초옥
버림받은 자들의 귀환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삼한습유』의 향랑
차마 버려진 아이 『숙향전』의 숙향
입 없어도, 발 없어도 『금방울전』의 금방울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은 고전소설에서 정채精彩 있게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 열다섯 명에 대한 글이다. 그녀들의 이름은 춘향, 숙향, 향랑 같은 것들인데, 이발소 사인의 세 색깔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쉼표 없이 ‘춘향숙향향랑’처럼 붙여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이름들은 ‘순이영이영자’와 같은 이름들로 대체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지금 눈으로 보면 조선시대 소설의 주인공들이지만 그녀들 역시 이 세상을 살아가던 여성들 가운데 하나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의 그녀들은 21세기 오늘날을 살아가는 누구누구와 같은 여성들과 겹쳐져 몇백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다시 살고 있는 듯하다. 그 언저리 어디쯤엔가 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금년 봄 먹먹한 가슴으로 다시금 이 원고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오래된 여성들이 지금 보아도 여전히 생동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머리에’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인간이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마련이고, 자신의 고유한 욕망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들여다볼 수 있는 내공을 지닌 이는 오히려 소수에 가깝다. 설사 자신의 욕망을 안다 해도 불안정한 미래를 마주했을 때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슬쩍 기존의 가치나 질서에 기대면서 타협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선택이리라. 그런데 백능파는 이와는 다른 선택을 하였다. 동정 용왕의 막내딸 백능파. 용왕의 막내딸이라니, 얼핏 철없는 공주 캐릭터가 연상될 수도 있지만 백능파는 그와는 정반대의 여성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김시습의 애정전기는 지금의 젠더적 관점에서 볼 때도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의 애정전기의 남녀 주인공들은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포착하고, 그 관계 안에서 남자도, 여자도, 귀신도, 인간도 변화해간다. 15세기의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울림이 있는 이유는 그 작품의 지향이, 가치가 오늘날에도 공감 가능한 ‘그 무엇’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공감을 형성해내는 김시습의 애정전기들. 이 작품들이야말로 명실상부한 고전古典임에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