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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170548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6-07-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핵폭발 순간
2. 불타는 쉐벤보른
3. 핵폭발 다음 날
4. 고아가 된 아이들
5. 불행의 그림자
6. 티푸스가 퍼지다
7. 살아남은 자들
8. 첫 번째 겨울
9. 쉐벤보른을 떠나자
10. 보나메스로 가는 길
11. 비정한 사람들
12. 삶과 죽음 사이
13. 핵폭발 4년 후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화약 창고가 아니란다.”
아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엄마가 아빠에게 물었다.
“응. 분명히 그거 같아. 그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수 없어.”
아빠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여길 떠나야 해.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아빠가 말했다.
“힘들 것 같은데요, 아빠. 저 쓰러진 나무 좀 보세요!”
나는 눈길을 돌려 줄지어 누워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남자, 여자,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저기 다친 사람들, 몸의 일부가 잘려 나간 사람들,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살갗이 벗겨져 너덜거렸다. 자기가 토해 놓은 토사물 위에 누워 있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몸에서 흘러 나온 피에 잠겨 있는 사람도 있었다. 똥오줌 냄새도 물씬 풍겼다. 목이 타서 물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애걸하는 소리와 신음 소리, 탄식 소리가 마치 물결치듯 한 번은 크게, 한 번은 작게, 그 다음엔 다시 부풀어 올라 거친 울음이 되어 길거리로 밀려왔다.
“풀다뿐만이 아닐 거야. 많은 수의 원자 폭탄이 떨어졌으니, 독일 공기는 전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거야. 쉐벤보른의 공기만 깨끗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아빠가 말했다.
“그렇다면 식물들도 전부 오염되었겠네요. 그리고 여기서 자라는 것들은 뭐든지 만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는 깜짝 놀라 아빠에게 속삭였다.
“그러면 우리는 굶어 죽겠지. 어떻게 죽든, 결국 죽는 건 매한가지야. 배가 고픈 한 먹을 것에 손이 가게 마련이거든. 그것이 오염되었다고 해도 말이야.”
그날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하지만 사흘째 되던 날,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감자를 게걸스레 먹어 치웠다. 그 감자는 아빠가 며칠 전에 들에서 가져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