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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070446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2-01-07
책 소개
책속에서
볼피와 지금 엄마 배 속의 아기는 아빠가 휴가 나왔을 때 생겼다. 우리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갓난아이들이 다 그렇다. 엄마는 자녀를 많이 낳는 여자에게 수여하는 ‘다산 훈장’을 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네 명은 꼭 낳겠다고 했다. 다산 훈장은 아이 넷부터 주어졌다. 엄마는 독일 여학생 동맹 단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한 의식 속에서 다산 훈장을 목에 걸었다.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도 그랬다. 얼마 전에 소녀단에서 독일 여학생 동맹으로 진급했을 때 다 큰 처녀가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거기다 훈장까지 받은 엄마가 있어서 더욱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엄마가 상을 받을 때 3부 합창으로 ‘봄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엄마는 환하게 웃었다. 훈장 수여식 동안 부엌에서 내다보고 있던 할머니만 표정이 어두웠다. 아이를 많이 낳았다고 훈장을 주는 건 여자를 아이 낳는 기계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물론 그런 속내를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 마을에서 할머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자들은 대부분 훈장을 받은 사람을 부러워했다. 지금까지는 남자들만 훈장을 받았는데, 이제 여자에게도 기회가 생긴 것을 무척 반가워했다.
순간 귀청이 찢어질 듯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음이 이어진다. 마치 바로 옆에서 울리는 천둥소리 같다. 귀가 멍하다. 커다란 건물이 한 번 펄쩍 뛰어올랐다가 내려앉는다. 에르빈이 뒤로 넘어지는 게 보인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볼피는 거미원숭이 새끼처럼 나한테 착 매달린다. 로테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는다.
무슨 이런 천둥소리가 다 있지? 머리 위에서는 마치 굵은 빗줄기가 양철 지붕을 때리듯 우두둑 소리가 난다. 기둥이 삐걱거리고, 콘크리트가 갈라진다. 천장 회칠이 부서지면서 주먹만 한 돌이 떨어지고, 벽이 벌어진다. 돌 파편에 맞은 하랄트가 비명을 지른다.
이어 불이 꺼진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