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1706193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9-15
책 소개
목차
가죽 벗긴 소
진흙탕 인생
경력
블러드 베이
지옥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
세상 끝자락의 레드월 목장
어느 박차 한 쌍
외딴 해변
와이오밍의 주지사들
다음 주유소까지 앞으로 90㎞
브로크백 마운틴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러나 그는 누군가 숫자를 여덟까지 세고, 파이프로 난간을 두드려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릴 때까지 황소 위에서 버텼다. 그러고는 풀쩍 뛰어 두 발로 착지한 다음, 고꾸라질 것처럼 비틀거리긴 했지만 끝까지 넘어지지 않고 난간을 향해 달렸다. 마침내 멈춰 선 다음에도 그는 격렬한 움직임과 강렬한 흥분으로 인해 숨을 헐떡였다. 마치 대포에서 쏘아져 나온 느낌이었다. 난폭한 몸놀림에서 전해지던 그 충격 그리고 번개처럼 맞춰지던 몸의 균형, 소 위에 올라탔다기보다 자신이 소 자체가 된 것 같은, 그 강렬했던 힘의 감각은 어떤 두려움도 그리고 미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자신 안의 탐욕스러운 육체적 허기도 가득히 채워 주었다. 그건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고 참을 수 없이 은밀한 경험이었다. - 「진흙탕 인생」
이 땅은 위험하고도 무심하다. 이 꼼짝도 않는 거대한 대지 위에서는, 제아무리 사방에서 불행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대도, 인간사의 비극이라는 건 한없이 보잘것없어 보일 뿐이다. 작은 목장에서, 주민이 고작 세 명에서 열일곱 명에 지나지 않는 외딴 교차로에서, 무모하고 난폭한 광산촌의 트레일러 캠프장에서, 그 어떤 종류의 살육이 나 잔혹한 일이 벌어진대도, 그 어떤 사고나 살인이 일어난대도, 하늘에 떠오르는 여명의 빛을 늦출 수 있는 것은 없다. 울타리, 가축, 도로, 정제소, 탄광, 자갈 채굴장, 교통 신호, 육상 경기의 승리를 축하하는 육교 위의 요란한 낙서, 월마트 하역장의 말라붙은 핏자국, 고속도로 사상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볕에 바랜 조화 화환, 이 모두가 덧없는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만든 것은 뭐든 유한의 시간 동안만 머물렀다 사라질 뿐이다. 중요한 건 오로지 대지와 하늘이다. 매일 끝없이 되풀이되는 아침의 여명이다. 그렇게 당신은 그 이상 신이 우리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 「지옥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
새카만 한밤 중, 평원 위에서 모든 걸 완전히 태워 없애 버릴 기세로 치솟는 불길에 둘러싸인 집을 본 적 있는가? 당신 차에서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방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밤바다 한가운데에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말이다. 그런 거대한 어둠 속에서, 엄지손톱만 한 환한 불꽃이 파르르 흔들린다. 집이 연소해 버리기까지 혹은 당신이 지쳐 떨어질 때까지, 그 광경을 보면서 당신은 그저 앞으로 계속 운전해 나아가다가, 한 시간 정도 지나 차를 길가에 세워 놓고 눈을 지그시 감거나 총알이 총총 뚫어 놓은 듯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때 당신은 불타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들이 계단을 찾아 허둥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볼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그들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다른 모든 것들처럼.
내가 크레이지우먼크리크 유역에 있는 폐물 같은 트레일러에 살던 그해, 조제너 스카일즈가 딱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단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불타는 한밤중의 집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마도, 술 취하고 마약에 찌든 그 지역 풍토에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게 스스로 사그라지게 둘 만한 것들도 통제 불가능한 대재앙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마음속 잔디에 붙은 작은 불씨가 합해져 그런 게 아닐까 싶다. - 「외딴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