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

“내가 부르면 지금처럼 언제, 어느 때든 달려온 건가?”
방금 던진 질문은 그녀에게 약간의 수치심을 안겨 준 듯, 지금껏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여자의 두 뺨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아랫입술만 깨문 채 침묵을 유지하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피식,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 침묵은 긍정인가?”
“하지만…….”
그가 섣불리 자신들의 관계를 결론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여자가 재빨리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되묻는 그를 향해 잠깐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던 그녀가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강요에 의한 건 아니었습니다.”
“강요에 의한 건 아니다라……, 훗, 하하! 하하하!”
뭔가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준혁이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반응에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남자가 겨우 웃음을 추스르고 싸늘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래도 네 대답이 내가 개자식이란 사실을 뒤바꿔 주지는 못하잖아,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