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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2603682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오래된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몸엔 1억 4000년의 시간이 흐른다_우포늪지기 주영학
뱃길은 나의 길을 닫으며 열렸다_등대지기 김신철
나는 당신의 세월을 유람합니다_유람선 선장 송부헌
정직한 갖바치는 삶을 몸에 가둔다_양화점 주인 양근수
손바닥만 한 창에도 온전한 볕이 든다_여인숙 주인 마민정
노년은 커피 한 잔에 살아 있다_다방 마담 이춘자
기다림을 기다리며 산다_버스 정류소장 김영석
밥상을 넘으니 마음이 천지를 노닌다_공양간 공양주 김용순
배는 온몸으로 모는 것이다_돛배 어부 최삼열
내 삶엔 귀(貴)도 천(賤)도 없다_장의사 김덕량
경지에 오른 가윗날을 잊지 않는다_이발사 이남열
가장 낮게 활보하는 붓이 가장 높은 마음을 담는다_혁필 화가 정홍주
쇠와 마음은 하나다_대장장이 박경원
날도 갈고 나도 간다_칼갈이 천종문
우연과 필연이 만나는 자리에 꽃이 핀다_우표상 황용환
인생은 쓰고 솜사탕은 달다_솜사탕 장수 박태석·황순금 부부
오늘은 견뎌 내일 다시 태어납시다_뻥튀기 장수 김상곤·남숙우 부부
책속에서
그는 다시 갈 길을 간다고 했다. 커다란 ‘라이방’ 선글라스를 번쩍이며 짐 많고 사연 많은 오토바이에 그가 오른다. 뻐꾹뻐꾹 뻐꾸기가 운다. 새의 울음소리를 꼭 빼닮은 그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저뭇해진 우포를 울린다. “죽을 때까지 핸드폰 번호 안 바꾼다”고 외치던 그에게 누군가 우포행을 알리며 만남을 청한다._‘내 몸엔 1억 4000년의 시간이 흐른다‘ 중에서
일흔아홉의 오늘도 그 연장선이다. 새벽 5시에 나와 저녁 7시에 돌아가는 하루. 요즘은 장애인 신발을 제외하고는 맞춤 구두를 의뢰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는 누가 사갈지 모르는 구두를 계속 만든다. 재단을 하고, 발 모양의 골에 가죽을 대어 갑피를 만들고, 갑피와 중창을 꿰매고, 밑창에 본드를 발라 붙인다. … 그의 투박한 손이 하루를 두고 조금씩 그것을 매만지다 보면, 그림자가 길어지는 어느 오후 즈음 어느새 한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곤 했다. _‘정직한 갖바치는 삶을 몸에 가둔다’ 중에서
막막한 노년의 삶이 걱정스럽지만 그는 담담하다. “내일 먹을 건 내일 걱정하고, 오늘 걱정은 오늘 걱정으로 끝내라고. 딴 건 다 잊어버리고 그것만 생각하며 살아왔어.” 내일의 희망 따위는 기대하기 힘든 삶에 그 말은 큰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오늘 역시 그 말에 기대 흘러간다._‘손바닥만 한 창에도 온전한 볕이 든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