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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260667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4-06-09
책 소개
목차
FOREWORD
INTRO
겨울
봄
여름
가을
MONTH BY MONTH
리뷰
책속에서
내가 아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종의 가능성 때문이다. 밤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마치 납으로 된 이불을 덮은 듯 그 날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하지만 아침에는 그 이불을 박차며 일어날 수가 있다. 아침이 오면 지난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실패와 무능함, 실수 같은 것에 대한 상념이 깨끗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아침은 그다지 목가적이지 않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무렵 딸은 일곱, 아들은 다섯 살이었다) 나는 철저히 가족들의 필요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침을 하고, 점심 도시락을 싸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아이의 신발을 찾고, 몇 가지 복잡한 일들을 해결하고, 남편과 일정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적인(때로는 짜증이 물밀 듯이 밀려오기도 하는) 일상 속에도, 여전히 어떠한 가능성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하루가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친숙한 편안함을 느끼는 자기 나름의 방식, 다시 말해 아침의 의식 같은 것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내 아들은 매일 똑같은 자리에 우유를 쏟는데, 그건 나를 화나게도 하지만 동시에 모종의 영감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작해보라고, 보다 행복한 하루를 위해 노력해보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_ 스테파니 콩던 반스
오직 아침 일찍 일어날 때에만, 나는 새로운 하루가 나에게 가져다주는 기회를 감지한다. 어렸을 적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잠 못 들곤 했다. 거의 매일 밤 꼭두새벽까지, 쉽사리 잠들지 못해 시커먼 그림자들과 함께 집 안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안방 침대 곁을 지날 때면 나를 발견한 부모님은 몇 번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잠이 안 오면 일단 침대로 돌아가서 좀 누워 있으렴.” 그러나 나는 어둠 속에선 언제나 길 잃은 존재였다. 태양빛이 은은하게 밝아와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나는 바로 그 아침 시간에 창의성을 요하는 몇몇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나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한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나에게 뭔가 희망적인 가능성의 힘을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그 기운을 받아 그 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마음 편하게 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다가 오후가 지나 저녁이 되면, 나는 또다시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한 가지 일이나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위를 뱅뱅 돌며 서성이곤 한다. 나의 하루는 일어날지 모르는 일과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로 늘 가득 차 있지만, 그 하루 중에서 내가 ‘그 시간 속에’ 온전히 나로서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는 때는 아침뿐이다.
_ 마리아 알렉산드라 베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