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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262312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9-11-13
책 소개
목차
제1부
아버지가 태어나던 날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다
앨라배마에 눈이 오던 해
대단한 징조
아버지의 죽음 1
강에서 만난 소녀
은근한 매력
거인을 길들이다
호수 밑 세상
애슐랜드를 떠나다
새로운 세계로
제2부
노파의 눈
아버지의 죽음 2
그의 위대한 첫사랑
그의 전설적인 다리
드디어 행동으로 옮기다
결투
처갓집에 가다
세 가지 위업
전쟁에 나간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 3
내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와 나
내 목숨을 구한 아버지
불멸의 아버지
아버지의 힘
아버지의 꿈
제3부
도시를 통째로 산 아버지
어떻게 끝이 나는가
아버지의 죽음 4
큰 물고기
옮긴이의 말: 아버지는 누구인가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이 노인을 바라봤다. 생이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에 늙고 하얀 발을 흐르는 맑은 물에 담그고 있는 나의 늙은 아버지. 나는 불현듯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한때 소년이었던, 어린애였던, 그리고 젊은 청년이었던 나의 아버지를 생각해봤다. 내 청춘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한때 청년이었던 것을, 나는 한 번도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아버지의 현재와 과거─은 모두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자 순간, 아버지는 젊으면서도 늙은,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 태어나고 있는 아주 기괴한 존재로 변했다.
나의 아버지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나는 한동안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심 아버지가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을 잊기 바라면서. 그의 정신은 오락가락 방황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보는 모습에서 나는 그가 지금 그 질문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 질문에 집착하면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무엇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조차 없다. 그러나 지금 같은 때에는 ‘모르겠는데요’ 같은 대답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뭔가 떠올려야 할 때다. 나는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제 생각엔….”
나는 적당한 말이 나와주길 기대하면서 잠시 후 입을 연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위대함의 망토를 입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그는 뭔가 살아 있는 것에 끌려가고 있었다. 메기였다. 그는 집채만 한 메기가 물을 박차고 나와 태양 빛을 받으며 기다란 반원을 그리는 것을 본다. 아름다우면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괴물 같은 그것은 아마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메기는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에드워드를 끌고 들어간다. 그를 배 밖으로 끌어내어 물속으로, 아래로, 큰 호수의 수중 무덤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끌고 들어간다.
그는 거기에 있는 집과 농장과 들, 그리고 홍수에 잠겨버린 애슐랜드의 작은 한 귀퉁이의 거리를 본다. 그리고 사람들도 보인다. 호머 키트리지와 그의 아내 말라가 있다. 번 탈보트와 캐럴 스미스도 있다. 호머는 양동이 가득 여물을 말에게 주고 있고, 캐럴은 말라에게 옥수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번은 트랙터를 몰며 일하고 있다. 짙푸른 물 몇 길 아래에서 그들은 마치 영화의 느린 화면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면 입에서 작은 거품 방울들이 퐁퐁퐁 나와 물 표면으로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