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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8896262634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4-12-0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재난이란 무엇인가
2장 자연재난, 기술재난, 자연-기술 복합재난
3장 기술재난을 이해하는 이론들
4장 기술재난과 과학기술학
5장 기술재난의 사례들
6장 재난과 함께 살아가기
에필로그
부록 1: 위험, 기술위험과 숙의의 정치
부록 2: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 논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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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재난을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재난학자 엔리코 쿼런텔리(Enrico Quarantelli)는 재난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정리한다. 첫째, 재난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둘째, 재난은 사회나 공동체 같은 집단적 단위의 일상을 심각하게 교란한다. 셋째, 재난은 혼란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 계획되지 않은 행동 방침을 채택하게 한다. 넷째, 재난은 사회적 시공간에 할당되었던 삶의 역사를 예기치 않게 바꾼다. 다섯째, 재난은 소중한 사회적 존재를 위험에 노출한다. 여기서 보듯이 재난은 사회의 물적 기반은 물론 사회 구성원과 공동체의 삶을 할퀴고 지나간다. 재난 속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되는 사람이 생기면 가족과 친지의 삶이 크게 흔들린다.
기술재난이라는 범주의 또 다른 이점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에 따르면,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은 서구의 근대사회를 지탱하는 철학적 토대였지만, 후기 근대 이후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기술적 난제들을 만들어 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ANT에 따르면, 자연/사회의 이분법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ANT에서는 기술과 같은 비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이 경계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엄격한 경계는 의미가 없다. 기술 같은 비인간은 자연에서 사회로 들어오고, 사회에서 자연으로 침투하며, 따라서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를 재난에 대한 이해에 적용해 보면, 기술재난을 매개로 자연재난에도 사회재난의 요소가 침투하고, 사회재난에도 자연재난의 요소가 침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20세기의 마지막 25년 사이에 자본주의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대략 이 시기부터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노동계급에 의한 혁명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산성비, 방사능, 화학약품, 약의 부작용, 환경오염, 독성 물질 유출, GMO, 기후 위기 등을 두려워하면서 살게 되었다. 과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두려워한 계급 갈등과 혁명이 아니라 다른 위험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일차적 근대성에서 성찰적 근대성으로의 변화라고 파악했다. 이는 근대화를 이루었던 과학기술의 발전이 낳은 위험들이며, 사람들은 위험에 직면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대신, 성찰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위험’이 자본주의사회의 지배적인 특징이 되면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급이나 산업자본주의에 맞는 관료제와 같은 조직들보다, 위험에 대한 정보나 위험 커뮤니케이션 등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