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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2682885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3-01-20
책 소개
목차
할머니 댁으로 … 7
엄마가 없는 동안 … 16
황 박사네 정비소 … 29
언제든지 놀러 와 … 44
흥미진진한 여름 방학 … 50
자전거가 갖고 싶어! … 62
8년 전의 사고 … 69
미안해요, 할머니 … 82
따뜻하고 포근한 손 … 89
황 박사와 유나의 정비소 … 96
작가의 말 … 106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내일부터 일 년 동안 화성으로 파견을 간다.
나 때문에 줄곧 미뤄 왔는데, 올해 가지 않으면 내년에 승진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화성에 가는 다른 이유도 알고 있다. 화성에서 일하면 특별근무수당이 나온다. 엄마는 항상 할머니의 낡은 ‘바디’를 신형 모델로 바꿔 주고 싶어 했다. 그렇다.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다.
올해 예순다섯 살인 할머니가 사이보그가 된 건, 8년 전. 내가 네 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는 궤도를 이탈한 자기부상열차가 나를 덮치는 걸 막느라 몸이 으스러지고 말았다. 남은 건 머리와 목신경, 심장 같은 몇몇 장기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로 바꿔야 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 바디로 말이다. 우리 집은 엄청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편도 아니어서, 비싼 소프트 바디를 이식할 형편은 못 되었다.
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할머니가 발라 주는 살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할머니 손이 떨리는 바람에 양념만 식탁 위에 점점이 튀었다.
“에구, 이놈의 손가락이 왜 이런다니.”
할머니가 겸연쩍은 듯 갈비를 내려놓았다.
“괜찮아, 할머니. 나 젓가락질 잘해.”
젓가락으로 고기 조각을 쿡 찍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부드러운 고기가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달달 떨리는 할머니의 손 때문이었다.
엄마랑 할머니가 통화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돈 아끼지 말고 사이보그 병원에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은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사이보그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데, 할머니는 자꾸 멀쩡하다며 핑계를 댔다.
할머니는 식탁 아래로 손을 감추더니 공연히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로 걸어가는 할머니가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손만 떠는 게 아니라 다리까지 문제라니, 큰일이다.